이미지 크게보기 ‘광해, 왕이 된 남자’

한동안 추석 극장가에선 ‘추석 = 코미디’라는 방정식이 불변의 진리로 통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공식은 어김없이 깨졌다. 다양한 장르 영화가 봇물같이 쏟아지는데다, 코미디가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는 추석용 영화들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극장가는 코미디, 사극,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등 골라 보는 재미가 듬뿍 담긴 영화들로 다채롭게 꾸며져 관객에게 선택의 고민을 안겨줄 듯하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

◆ 한국 영화 추석까지 ‘쭉쭉’ 이어가 = 톱스타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시작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까지 극장가를 파고들고 있는 한국 영화의 기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 특히 ‘광해…’는 CJ엔터테인먼트가 기획 단계부터 공을 들인 영화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계열사 CGV를 비롯한 대규모 배급력으로 추석까지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추석용엔 맞지 않을 것 같은 ‘피에타’는 수상 이후 넓어진 인지도와 작품성으로 꾸준한 관객몰이를 기대하고 있다. 흥행에 가속도를 높이는 두 영화 사이로 지난 20일 개봉한 ‘간첩’은 가장 근접한 ‘추석용 영화’라는 점에서 흥행이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명민 주연의 코미디물로 추석에 유난히 코미디 장르가 강세를 보인 전례에 비춰보면 흥행 전망이 밝은 편이다. 지난해 ‘가문의 영광 4’가 평론가와 기자들에게 최악의 평점을 받고도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을 돌이켜보면 추석엔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만으로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홍콩 액션을 밀어낸 할리우드 액션의 ‘반전’ = 할리우드 영화들은 코미디류보다 액션 장르로 승부를 내걸었다. 13일 개봉한 ‘레지던트 이블5:최후의 심판’은 한국 영화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 앞선 4편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데다, 이번 신작은 이전 영화에 비해 한층 더 화려하고 풍부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어 대중성이 높은 편이다. 할리우드의 또다른 액션 기대작은 27일 개봉한 ‘테이큰 2’. 뤼크 베송 사단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흥행한 ‘테이큰’의 속편이다. 1편에서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정보기관 출신의 아버지가 벌이는 추적극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냈다면 이번 영화는 전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온 일당을 상대로 싸우는 가장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편에 비해서는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액션물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어필할 만하다.

◆‘추석 특수’ 노리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 이번 추석에는 할리우드와 일본, 유럽 애니메이션이 골고루 개봉돼 가족 관객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27일 개봉)은 가장 관심을 받는 작품. 스코틀랜드 왕국의 길들여지지 않은 공주와 전통을 강요하는 엄마(왕비)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이야기로, 픽사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눈부신 그림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강점이다. 13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는 평단과 관객에게서 모두 호평받는 작품이다. 늑대인간과의 동화 같은 사랑으로 두 아이를 낳게 된 여자와 그 아이들의 이야기로 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한 정서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스페인 애니메이션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20일 개봉)도 놓칠 수 없다. 고고학자를 꿈꾸던 평범한 벽돌공이 우연한 기회에 고대 잉카제국의 황금이 묻혔다는 파이티티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고 페루에 가 모험을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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