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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비비언 리와 말런 브랜도 주연의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몰락한 남부 귀족 가문 출신인 블랑시가 그의 여동생 스텔라,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와 갈등을 빚으며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다.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으로, 이번 공연에선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대폭 생략, 심리적 상징을 부각시키는 표현주의와 상징주의를 혼합한 표현양식으로 무대화했다. 연희단거리패와 채윤일 연출의 협연했으며 올해 초 ‘고곤의 선물’에 출연했던 김소희(사진)가 블랑시 역을 맡았다. 10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미마지 눈빛극장. 02-763-1268



◆ 여행 = 예술의전당이 선정한 ‘명품 연극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중년이 된 초등학교 동창들이 죽은 친구의 문상을 위해 모인 하룻밤 이야기를 통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불안을 그리고 있다. 겨울날 새벽 영화감독인 태우와 모피회사 사장 만식, 택시 기사 양훈, 신발 가게 주인 상수, 중소기업 사장인 대철이 초등학교 동창의 빈소에 가려고 모인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차이, 돈거래로 얽힌 이들 사이에는 질투와 분노로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 기억마저 엇갈린다.

술에 취해 화투를 치며 밤을 새우는 데 실종됐던 기택이 등장하고, 뻔뻔스러운 그의 주장에 친구들 사이의 다툼은 몸싸움으로 이어진다. 2005년 초연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됐으며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에 선정됐다.

이듬해에는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무대예술상을 휩쓸고 중국 상하이국제연극제에 초청됐다. 윤영선 작·이성열 연출. 10월7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



◆ 달빛 속으로 가다 =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희곡 공모에 당선된 작품으로 당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1주일 동안 공연하고 나서 1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고시 공부를 하다 실성한 청년 관식과 엄보살이 기거하는 영불암에 한 중년 남자가 자살한 사나이의 시체를 지게에 지고 내려온다. 늙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발을 접질린 중년 의사와 그를 부축한 의문의 중년 남자, 사업이 망해 공공근로를 하러 온 사람이 모여들고 중천에 떠오른 달빛 아래 죽음에 대한 각자의 사연이 교차한다. 장성희 작·김철리 연출. 10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114



◆ 아워 타운 = 미국 작가 손턴 와일더의 퓰리처상 수상작. 1938년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된다고 할 정도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연극이다. 국내에서도 1960년대 ‘우리 읍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원작은 1901년 5월 평범한 아침으로 시작되는 평범한 마을의 일상을 보여주는 1막, 성장과 어른이 되는 과정으로서 결혼을 다룬 2막, 죽음을 통해 삶을 재인식하는 3막으로 구성돼 있다. 연극 장면을 현실처럼 표현하는 사실주의가 아니라 ‘당신이 보는 것은 연극’임을 관객에게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즉 관객이 환상을 깨고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연극주의’ 작품이다.

기본적인 무대장치와 최소한의 소품으로 배우의 동작과 대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극 중 ‘아워 타운 밴드’와 성가대도 전문 연주자 대신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다. 한태숙 연출. 10월1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1644-2003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