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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하면서 느낀 건.

“불법 대선자금 사건은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둔 2007년 10월까지도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10% 안팎에서 머물면서 일어난 겁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회창 후보가 당선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규모의 돈이 기업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왔죠. 하지만 민심은 이를 알았습니다. 교만한 사람에 대한 응징은 꼭 있는 법입니다. 겸손한 마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사람이나 조직은 가는 거죠.”

―대선자금 수사로 노무현 대통령과는 친해졌습니까.

“천만에. 굉장히 섭섭해했죠. 검찰 차관급 이상이 매년 대통령과 신년하례를 합니다. 대선자금 수사 이후 부산고검장이 돼 2005년 초 청와대에 갔더니,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노 대통령이 내 바로 앞 사람까지만 악수하고 저는 그냥 홱 하고 지나치더군요. ‘아! 나를 좋아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노 대통령이 뭘 섭섭해했을까요.

“노의 남자들이 많이 구속됐잖아요. 안희정, 이광재 등 당시 모두 살아있는 권력들이었는데. 강금원 씨 같은 분도 형제가 다 엄청 수사를 당했죠.”

―화해는 없었나요.

“대법관 시절인 2008년 초 신년하례 때 또다시 만났습니다. 노 대통령이 신년덕담을 하는데 “돈 안 드는 선거 하고 깨끗한 정치를 만든 게 이 정부의 업적”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나와 무려 3분간을 악수하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밉다고 생각했겠지만, 나중에 지나고 보니까 가혹한 대선자금 수사가 정부의 치적이 됐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