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지난 11일 당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도중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2시간에 걸친 대화 속에서 정치쇄신을 명분으로 정치권에 발을 담그기까지의 고뇌가 읽혀졌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서울대 행정과(후에 법학과로 통합) 3학년 때인 1975년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했다. 군 법무관을 마친 뒤 바로 검사에 임용되는 바람에 대학은 졸업하지 못했다. ‘가방끈이 짧다’는 그에 대한 농담은 여기서 생겼다.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특수통’으로 커가면서 대검 중수1·3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부장 등을 거쳐 대검 중수부장에 올랐다.

대중에 이름을 알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2003년 초, 사시 동기인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에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부터다.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을 수사했던 그는 “국민들의 성원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큰 정치인이나 살아있는 정치권력, 재벌에 대한 수사를 국민이 반겼다고 회상했다.

정권 실세를 포함해 정치인 40여 명을 기소하고 대기업 총수들을 줄소환하는 등 성역 없는 수사로 인기몰이를 하는 통에 팬클럽, 팬카페까지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으로 몰려 만신창이가 됐고, 박근혜 후보는 새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 시대를 열었으며 이가 오늘의 새누리당이다.

이어 부산고검장, 서울고검장, 대법관을 지냈다. 그리고 차떼기 수사 10년이 채 안 돼 박근혜 대선 후보의 러브 콜을 받아 새누리당에 몸담게 됐으니 기막힌 인연이고 반전(反轉)이다. 7월10일 대법관 퇴임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 방문연구원으로 가려고 대학생 딸과 함께 미국행을 준비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딸과는 원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쇄신’이란 명분 하나에 결단한 것에 대한 일부 여론이 싸늘하다 못해 모진 것을 보고 적잖게 착잡했다고 한다. 한때 끊었던 담배도 다시 태우면서 줄담배 신세가 됐다고. 서울 서대문구의 낡은 아파트에 20년 이상 살고 있지만, 재산이 많지 않아 ‘하우스 푸어’에 가깝다. 인생의 롤 모델은 별로 없지만, 좌우명은 확실히 있다. ‘똑바로 살아라’.

▲부산 출생 ▲경기고 졸 ▲서울대 행정학과 중퇴 ▲사법시험 합격 ▲대검 중수 1·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 ▲대검 중수부장 ▲부산고검장 ▲서울고검장 ▲대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