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해병대의 독도 상륙(上陸)훈련을 4일 앞두고 돌연 취소한 것은 어이없는 처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일 “해병대 1개 중대가 헬기를 타고 독도에 들어가는 훈련은 실시하지 않기로 방침이 정해졌다”면서 2일까지만 해도 군(軍)이 공공연하게 확인한 계획을 없던 일로 돌렸다. 독도 망발(妄發)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일본의 눈치를 살핀 결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이 이날 의회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훈련 중지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정부는 일본의 독도 도발에 휘둘리지 말고, 당초 계획대로 7∼10일 실시할 독도 방어훈련에 해병대 상륙훈련까지 다시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정부는 “외국군의 독도 점령을 전제로 국가전략기동군인 해병대 상륙훈련을 준비해왔지만, 일본 우익단체 민간인이 기습상륙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에서 해병대를 동원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둘러대지만 군색한 변명일 뿐이다. 설령 일각에서 그런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 당초 계획부터 달랐어야 할 것이다. 훈련을 기획·감독하는 합동참모본부와 해당 훈련부대 간부들조차 언론 보도 후에 처음 알았다면서 황당해하고 있지 않은가. 이 대통령의 지난 8월10일 독도 방문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서 대한민국 해병대가 훈련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취소하는 것은 이 대통령 방문이 ‘정치적 쇼’라는 일본과 국내 일각의 비판이 설득력 있게 들리게도 한다.

일본 자위대는 지난달 25일 자국의 섬이 공격받은 상황을 가상해 로켓 포를 실사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해병대의 독도 상륙훈련은 이미 해오던 것이다. 취소는 명분도 실리도 잃는 자충수(自充手)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