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머리 맞댄 정부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황식(맨 왼쪽)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정부 내에서 오는 7~10일 독도방어훈련에서 해병대 상륙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이 당초 독도방어훈련에 해병대 상륙작전도 포함됐으나 막판에 취소됐다고 밝히면서 청와대·정부의 “원래부터 계획에 없었다”는 설명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때마침 일본이 “한국에 독도훈련 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마치 정부가 이를 수용한 모양새가 되면서 일본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게 아니냐는 비판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병대 독도상륙작전은 이번 작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정부내에서 오래전에 판단한 문제”라고 밝혔다.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독도방어훈련은 해병대 상륙훈련이 항상 포함되는 것이 아니며, 올해에는 처음부터 실시 계획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정부내에서는 현실적으로 해병대 중대의 독도 상륙이 사면이 깎아지르는 절벽으로 이뤄진 독도 지형상 쉽지 않은 데다, 이미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에 굳이 군사력까지 동원한 상륙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대세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일본 민간인의 독도 기습 상륙도 독도지형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설령 독도에 기습 상륙해도 규모가 적기 때문에 24시간 독도에 상주하고 있는 독도경비대만으로도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훈련은 해상에서 가상의 적이 기습 상륙을 감행할 경우를 대비해 해양경찰을 중심으로 한 ‘저지 작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군 당국간 ‘엇박자’가 났다. 2009년 이후 올해까지 3년간 해병대 상륙작전이 빠지는 것에 대한 군 불만도 컸다. 군 관계자는 “일본 자위대가 지난달 독도를 겨냥한 섬 탈환 훈련때 실시한 최대 실탄사격에 맞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군사적 훈련이 필수적”이라며 “2009년 이후 3년만에 해병대가 독도에 상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일본의 육상·해상·항공자위대는 지난 8월26일 시즈오카(靜岡)현의 연습장에서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 방위를 상정한 육·해·공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이 3일 밝힌 것처럼 독도훈련 중지를 요청해왔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감안해 정부가 훈련 내용 일부를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