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단골 침수 지역인 지하철 사당역 일대의 침수 방지를 위해 ‘대심도(大深度) 저류시설’을 건설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17일 시에 따르면 ‘상습 침수지역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지하철 사당역 남부순환도로 부근에서 동작구 사당동 국립현충원까지 3.6㎞ 구간에 예산 1100억 원을 투입해 직경 6m 내외의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사당역 일대는 지난해 서울시가 대심도 건설을 추진한 7개 구간 중 한 곳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대심도는 예산이 많이 드는 대규모 토목 공사인데다 투수성도로포장, 빗물저류조 설치 등 다른 방법으로 수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셌다.

신월·화곡동에는 대심도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광화문 지역은 건설이 보류됐다. 나머지 4곳은 타당성 검토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시가 구성한 TF가 검토한 결과 대심도를 제외하고 사당 일대의 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관계자는 “빗물 저류시설 설치나 하수관거 유역 분리 방식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했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근본적으로 예방하기도 어렵다”며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 추가적인 논의를 해봐야 겠지만 사실상 대심도 건설로 의견이 모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의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시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하수관을 추가로 묻어 유역을 분리하는 방안은 사당역의 경우 주변에 고층건물이 많다는 특성 때문에 제외됐다.

사당 일대에 주택가 등 서민주거 지역이 분포해 있는 점도 대심도 건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유동인구가 많고 주로 도로가 침수되는 강남역보다 서민주거 지역인 사당 일대의 수재 관리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박 시장은 16일 오전 홍수 대책회의에서 “재원에 한계가 있다”며 “도로가 일부 잠기는 것은 문제지만 양천·사당·신월동 등 주택가 침수를 막아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상습침수 지역인 신대방역∼여의도 도림천 구간 역시 대심도 건설이 추진된다. 이 지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시에서 대심도 건설을 추진했으나 국토해양부의 하천기본계획에 포함돼 국토부에 수방 대책이 이관됐다.

국토부에서는 현재 대심도 건설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