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월 전면실시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 ‘우리식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부 경제의 모순 누적과 대외 조건의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경제회생을 위한 조치로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주도로 이뤄진 조치의 주요 내용인 단위생산업체의 자율성 확대, 국가기관 등을 제외한 주민들의 배급제 폐지, 농업부문의 개인소유권 확대가 갖는 의미와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다소 평가가 엇갈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배급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장마당 등 시장의 확대 등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을 경제체계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취해진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매번 위기 때마다 관리개선조치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정일 체제에서 실시했던 7·1 조치가 실패로 귀착된 뒤 책임자가 총살형을 당하는 등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관계자는 “5년 전, 10년 전에도 북한이 몸부림을 치면서 경제개선 조치를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실패는 예고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새 경제관리체계를 ‘6·28 조치’라고 명명한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권의 신뢰문제, 새로운 방식이 초래할 여러 파생 문제점 등을 볼 때 북한 경제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다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박 위원은 “대내외적 환경도 가장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새 경제관리체계가 담아낸 내용의 의미에 대해서는 전문가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형성됐다. 박 위원은 “국가가 계획지령 하달을 포기하고, 기업의 상업적 운영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중국이 1985년 실시했던 사회주의 상품경제와 내용이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국가소유는 그대로 두되 계획경제는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반면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6·28 조치의 전면시행은 그렇게 엄청난 의미로 볼 내용도 없고, 사회주의나 계획경제의 포기도 아니다”고 평가절하했다. 정부 당국자는 “계획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부분적으로 보완했을 뿐 계획경제 포기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