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미명 아래 반(反)기업 공세에 가세하는 여당(與黨)에 대해 교수들이 행동으로 저지에 나섰다. 김민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바른사회시민회의 소속 교수·학자들은 8일 새누리당을 방문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선거를 앞둔 입법(立法) 포퓰리즘”이라며 시정을 촉구하고 긴급 토론회도 가졌다. 9~10일엔 국회 앞에서 1인시위도 벌인다. 교수들이 정치권의 입법 행위에 강의나 글쓰기가 아닌 행동으로 제동을 거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황이 좌시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다.

토론회의 초점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주도로 발의된 이른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의 순환출자 규제였다. 이 법안은 신규 순환출자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까지 제한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대기업의 손발을 묶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정호(연대세 경제대학원)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한국) 기업집단의 기반이 된 공격적 투자는 순환출자로부터 나왔다”면서 “순환출자로 이루어낸 투자가 성공하는 한 소액주주·임직원·협력업체·소비자 모두가 이익”이라고 순기능을 지적했다. 지금의 순환출자 구조는 기업이 원해서라기보다 역대 정권이 펴 온 산업정책의 소산이다. 지금 와서 규제하는 건 꼭 필요한 투자를 막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 헌법에 명시된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도 위배 소지가 크다. 현 구조를 해소하려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외국에도 순환출자와 유사한 기업 형태가 존재하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경제민주화모임은 이미 기업인 중벌(重罰), 일감 몰아주기 금지를 담은 1, 2호 법안을 발의해 과잉 입법이란 지적을 받았고, 3호 법안은 야당안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7호 법안까지 내놓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기업들에 대해 ‘점령군’이라도 되는 듯 오만한 태도다. 그러나 정작 이한구 원내대표는 당론이 아니라고 하고,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도 기존 순환출자 제한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공식 당론으로 국민 심판을 받을 게 아니라면 무분별한 법안들의 난무를 제지하는 게 나라와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