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재발견 / 하르트무트 라데볼트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젊어지는 데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자신은 노년에도 계속 젊어지고 있다는 뜻)”(파블로 피카소)

“나의 전성기는 60세부터 90세까지 30년간이었다.”(피터 드러커)

두 사람 모두 괴팍한 노인네들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배우 제인 폰다도 최근 ‘인생의 3막’이라는 테드(TED·세계적 강연사이트) 강연을 통해 “50세를 넘긴 사람들은 그 이전 나이 때보다 기분이 더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덜 공격적이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들도 노년기를 “지금까지의 의무나 강제에서 벗어나 우리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말하고 있다.

50년 전만 해도 노년의 삶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어느 정도 경직된 규칙과 규범을 따랐다. 이는 안정감을 줬지만 삶의 가능성과 도전의식을 제한하기도 했다. 현대는 젊음 지향적 사회다. 70세가 돼도 노인축에 끼고 싶어하지 않는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60세를 지나고 나서도 아직 평균 20~25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다만 늙는 건 저절로 되지만, 노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소극적 태도로는 행복한 삶을 일구기 어렵다.

그림형제의 ‘헨젤과 그레텔’, 스티븐슨의 ‘보물섬’을 비롯해 많은 옛날이야기에서 노인들은 부정적 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나이든 남자들은 난파, 모략, 살인과 짝을 이룬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시대사적 이유 때문에 행복하고 건강한 노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노인에 대한 우리 인식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행복한 노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다. 책은 유년 시절 돌아보기와 자서전 쓰기, 노화로 인한 수치심과 질투심을 조절하는 법, 식욕을 잃지 않기 위한 방책, 성생활 지침 등을 상세하게 조언한다.

노년기의 발달과제를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은퇴, 노화, 자녀의 독립, 배우자의 사별이 그렇다.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슬픈 감정도 이를 악물고 참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병적 슬픔이 우울증으로 옮겨간다. 알 수 없는 기능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도 많다. 이럴 때 노인들은 스스로 하루 일과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외부 세계를 위해 할 일을 찾고, 의도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나거나 헤어질 때 서로 꼭 껴안고 웃으며 키스를 나누는 노년기 커플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들은 스킨십은 따스함과 안전, 보호와 신뢰, 친밀감을 전달해준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호탕하고 시원하게 웃어 젖히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 젊어지기 위해 철저한 생활리듬을 만들어도 노화로 인해 의기소침해질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라도 육체적, 심적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의식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구체적 액션플랜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노년기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도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