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여전히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섭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정은 체제가 여전히 미성숙하며 불안정한 체제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전격 경질을 장 부위원장이 주도한 점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장 부위원장은 조카 김 제1위원장 대신 반대파 숙청이라는 칼을 빼들면서 20대의 어린 지도자인 김 제1위원장을 보호하고 자신의 역할과 지위를 강화하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장 부위원장의 이 같은 역할은 김 제1위원장이 단기간에 권력을 승계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후 3년에 걸쳐 치밀한 프로그램에 따라 순서를 밟아가며 권력을 승계했다.

반면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후 단기간에 당·정·군 최고위직을 차지해 제도적 승계 절차는 완료했지만 권력구조 내에서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장 부위원장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다.

국가정보원은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 비서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고모부인 장 부위원장은 정책조언을 하는 등 친족들의 후견인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역할에 따라 장 부위원장은 군이 맡아오던 경제활동 부문을 내각으로 돌리는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내놓고 이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 전 총참모장 등 군과 당 일각에서 반발하자 장 부위원장이 강력한 숙청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 전 참모장의 전격 경질과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등 고위간부 20여 명 숙청·해임도 장 부위원장이 과도기의 갈등을 제거해 3대 세습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추진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불안과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원은 “북한 내 반체제 조직·단체에 대해 불온 삐라가 뿌려진 사실,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의 문짝이 날아간 적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또 당 간부들 사이에서 “어린 것이 설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보고도 있었다. 김 제1위원장이 정치적 연륜과 북한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비현실적인 지시를 하달하거나 모순된 정책을 추진한 사례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보위원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꼬맹이가 뭘 알아’ 등과 같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