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부인 리설주도 중국 유학파 출신이라고 확인하면서 김정은체제 핵심 엘리트로 ‘해외파’가 급부상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도 스위스 국제학교에 7년 유학한 해외파다. 해외 물을 먹은 젊은 지도자 부부가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동반 현지시찰에 나서면서 ‘통치 스타일’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북한 전승절(휴전일) 기념공연에도 김 제1위원장은 리설주와 동반 참석하는 등 해외파다운 개방행보를 보였다. 북한식 ‘이미지’ 정치다. 여전히 유교적 관습에 익숙한 북한 사회에 충격적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유학파 ‘로열 패밀리(왕조)’가 개혁·개방에 더 소극적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2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일단 북한의 대표적 해외파는 1990년대 중반부터 스위스 베른 공립학교를 다닌 김 제1위원장이다. 김 제1위원장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자녀 대부분이 해외유학파다.

장남인 김정남이 1980년 모스크바를 거쳐 1981년 스위스 제네바로 옮아가 제네바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다. 김 제1위원장과 친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도 모두 스위스에서 긴 유학생활을 했다.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외동딸 장금송은 2006년 8월 프랑스 유학시절 자살했다. 김 비서의 남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 비서와 결혼하기 전 구소련에서 유학했다. 이번에 ‘퍼스트 레이디’ 리설주가 중국에서 유학했고 2005년 남한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로열 패밀리’ 대부분이 해외체류 경험을 가진 셈이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은 구소련, 강석주 내각 부총리는 중국 베이징(北京)대에서 유학했다.

특히 ‘혁명세대’가 거의 사망하면서 그 자리를 메우는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층에는 유학파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일성 주석이 ‘빨치산’, 김정일 위원장이 ‘국내파’에 의존했다면 ‘김정은 체제’에서는 유학파 약진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인지 김 제1위원장의 통치스타일도 ‘서구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이 아버지와 달리 부인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데 이어, 각종 행사에 연일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고 있는 것. 리설주는 26일 전승절 축하 공연도 남편과 함께 관람했다. 특히 리설주의 헤어스타일, 패션 등도 서구식에 가까운 이미지로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194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의 대모로 불렸던 ‘퍼스트 레이디’ 에바 페론과 유사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하지만 북한식 ‘이미지 정치’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론이 분분하다. 젊고 매력적인 ‘퍼스트 레이디’를 앞세워 여론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지만, 전통적 사고가 지배적인 북한 주민에게는 큰 충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