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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 대표되는 구시대는 저물어 가는데 전자책(e북)이 주도할 신시대는 아직 도래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장기불황과 디지털 환경변화로 대표되는 한국 출판계의 현재 상황에 대한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의 진단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1 콘텐츠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내 도서시장 규모는 약 3조8945억여 원. 지난 2007년 3조9967억여 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몇 년 동안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런던올림픽(28∼8월13일·한국시간)과 대선(12월19일) 등이 예정돼 있는 올해 국내 출판사들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출판연구소의 ‘한국 출판산업의 디지털 생태계 현황 조사 연구’ 결과, 조사에 응답한 503개 출판사 가운데 2011년 매출액이 2010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곳(18.7%)보다 감소했다는 곳(40.5%)이 2배 이상 많았다. 매출액 평균 감소율도 27.3%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김 대표는 “올해 들어서 매출이 지난해 대비 최소 30% 정도 더 줄어든 것 같다”며 “출판계의 불황 담론은 오래됐지만 최근의 문제는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데서 비롯된 게 이전과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단행본 기준 도서 발행 종수가 전년 동기 대비 5% 정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4대 온라인서점(예스24·교보문고·인터파크·알라딘)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 안팎, 3대 오프라인서점(교보문고·영풍문고·반디앤루니스)의 경우, 기존 점포 기준(신설 점포 제외)으로 10% 안팎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서점(인터넷서점)의 매출액 감소는 국내에서 사업을 개시한 1997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인터넷 및 게임문화의 확산 등으로 성인 독서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각종 스마트 기기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의 대안인 디지털 출판 생태계 조성은 지지부진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출판 관련 9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운동인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의 안찬수 사무처장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망라해 지금처럼 우리 국민들이 책을 안 읽다 보면 ‘우민화’로 민주주의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07년 아마존닷컴이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출시해 붐을 일으킨 미국은 전자책 시장 규모가 출판산업 총 매출액의 14%(2011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2011년 우리나라 전자책 출판 시장의 규모는 4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출판시장에서 점유율이 1% 남짓 밖에 안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우리는 수익성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체 출판사의 14% 정도만이 참여해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부장은 “포맷 표준화와 호환성 부족, 보안·정산을 포함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문제, 국내 발행 신간의 26%(단행본과 베스트셀러 기준 50%·2011년 기준) 정도로 비중이 큰 외국 번역서의 전송권(전자책 판매 서비스 권리)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독서의 해’이자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새로 수립·시행에 들어가는 해다. 문화부는 최근의 현실을 반영해 출판문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출판 생태계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 진흥계획(2012∼2016년)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전자책 콘텐츠 공모전 실시와 (가칭)전자출판 유통관리시스템 도입, 우수 출판기획 프로젝트 공모·제작 지원, 우수도서 지원 확대 개편, 동·서양 고전(원전) 번역출판 추진계획(중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시행, 도서정가제 정립 등 출판 유통질서 확립,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 등의 내용이 앞으로 발표할 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출판계의 반발이 거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이번 계획에서 출판진흥의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확보하고 출판단체 및 업계와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핵심기관이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