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정치자금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출판기념회는 대통령 선거 출마자들뿐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무차별적으로 개최해 왔다.

실제로 지난 18대 국회의 경우 현역의원의 절반가량인 150여 명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불법성 정치자금 모으기에 나섰다.

원외 인사들이나 19대 총선에 임박해 예비후보 등록자들이 연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500회 이상의 출판기념회가 이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모아진 전체 정치자금은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국회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같은 ‘불법적 관행’이 19대 국회에서도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모아진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6개월 정도 남긴 시점인 지난해 11월부터 출판기념회가 금지됐던 올해 1월 초까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헌정기념관, 국회도서관 등은 매일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끊이지 않았다. 의원실 사이에서 장소 임차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고 일부 의원 출판기념회가 있는 날에는 국회 내에서 교통 정체가 생기기도 했다.

서울과 지역구에서 출판기념회를 두 번 개최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회관 등 국회 내 장소를 빌리기 위해 보좌진들이 열심히 뛰어다녔다”며 “결국 국회 내에 장소를 잡지 못하고 외부로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8대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의원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50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 절반의 국회의원이 음성적 정치자금 통로로 의심받는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출판기념회는 현역 의원들뿐 아니라 출마 희망자들에게도 선거 ‘종잣돈’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야당 당직자 출신 한 인사는 “총선을 앞두고 출마하려는 지인들이 계속 출판기념회를 열어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정도였다”며 “권당 5만∼10만 원씩 내고 받아온 책은 별 내용도 없고 대필작가가 쓴 흔적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력이 달리는 정치신인 입장에서 별 감시 없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출판기념회는 큰 매력이 된다”며 “총선 예비후보 등록자들도 상당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도 출판기념회를 세 과시와 자금 모금의 통로로 만들고 있다.

여당의 한 당직자는 “2년 단위로 총선과 지방선거가 번갈아가며 열리는데 출판기념회 시즌도 2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며 “총선에 떨어진 인사가 지방선거에 다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같은 책을 가지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