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고객무신불립(顧客無信不立).’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말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월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건설된 연산 45만t 규모의 자동차 및 가전용 고급강판 생산공장 준공식에 참석, 논어(論語)의 문구를 인용해 기업의 근본에 더욱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 둔화 등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업계의 위기를 다른 경쟁업체보다 빠르게 극복하면서 새롭게 도약하는 시점에서 포스코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새긴 것이다. 1968년 창사 이래 44년 동안 거침없는 성장만 거듭해 온 포스코가 올 1분기 최악의 경영 위기상황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근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올해 임진년은 임진왜란 당시와 유사하다 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위기를 직감했다. 그러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차별화된 제품 생산과 낮은 원가 전략 등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포스코식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직접 선봉장으로 나섰다. 그는 호주, 베트남, 중국, 멕시코 등 해외를 순방하면서 시장을 개척했고, 새로운 사업 발굴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극심한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외 활로가 뚫리면서 4월을 기점으로 포스코 경영실적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발을 뻗어라’라는 속담이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발을 힘껏 뻗을 수 있도록 누울 자리를 만들라”고 도전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한창 현장을 누빌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위기가 터져 나왔다. 2009년 정 회장 선임에 대한 정치권 외압설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선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했을 뿐 아니라 그런 것에 일일이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사를 위기에서 건져내는 것이야말로 회장 선임이 정당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길이라고 여겼다.

저력은 위기일 때 빛나는 법이다. 정 회장이 허허벌판 모래밭에서 세계 제1의 제철소를 건설한 ‘철강왕’ 고 박태준 명예회장 기념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기 때 더욱 힘을 발휘하는 포스코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각인시키고, 그 정신을 후대에게 남기려는 뜻에서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