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일본 총리 직속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의 이 같은 군사대국화, 우경화 움직임은 국내 반대 여론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운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르면 7월중 발표되는 일본 방위백서에 “독도는 일본땅” 주장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반일 감정이 최고조로 악화되면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한 국민적 비판도 더 높아져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자민당을 중심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정부는 일본 측 움직임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최근 일본이 원자력 관련법에 ‘안전보장 목적’을 추가하면서 ‘핵무장’ 길을 열어놓았듯이, 이번 보고서를 일본 평화헌법이 규정한 ‘전수방위’ 개념을 변경하기 위한 디딤돌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요구하는 주장만큼이나 현행의 ‘전수방위’ 체제를 유지하자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일본이 이번 보고서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이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심각한 문제지만, 일본 내에서도 워낙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어서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면서 “정부는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보고서마다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의 이 같은 ‘우경화’ 바람이 한·일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6월29일 서명 직전까지 갔다가 체결이 연기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강경·보수 발언이 국내 반일감정을 자극하면서 일본과의 정보교류마저도 반대하는 여론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일본에만 유리하다’는 오해가 확산될 경우 협정 체결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7, 8월 예정된 방위백서도 예정대로 발간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보보호협정뿐 아니라 일본과의 협력 자체가 과거사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김성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사 문제와 독도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이 한·일 간 군사협력 제약요소이며, 일본의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 내 국민정서도 한·일 간 안보협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