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 여수 돌산갓 영농조합 갓김치 생산 공장에서 CJ제일제당 관계자와 영농조합 직원들이 갓김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여수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지난 8일 궂은 날씨 속에 찾은 전남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에 위치한 1362㎡ 규모의

여수 돌산갓 영농조합의 갓김치 공장. 돌산읍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돌산갓김치의 생산지가

몰려있는 곳이다. 여수시에서도 차로 20여 분을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에 있지만질 좋은 돌산갓김치를 생산하기 위해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기자는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 엄격한 위생 검사를 거친 후에야 내부 시설을 볼 수 있었다. 하얀 가운과 모자, 마스크로 신체를 모두 가린 후, 손을 세척하고 전신을 공기로 소독한 이후에야 공장 안으로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절차는 외진 곳에 있어 공장의 시설이 열악하고 위생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없애줬다.

공장의 내부 기온은 후덥지근한 외부와 달리 서늘했다. 자재 보관 창고에는 죽포리 인근에서 생산된 갓과 새우젓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생산공정에서는 라인별로 바쁘게 손을 놀리는 20명의 직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양념을 만드는 작업부터 갓을 양념과 버무리는 과정을 거쳐 돌산갓김치를 완성해냈다. 이렇게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갓김치는 이물질 포함 여부를 가려내는 X레이 탐지기와 금속탐지기를 거치고 출고되기 직전에 살균 처리까지 하고 나서야 진정한 제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김성원 영농조합 대표는 “우리 영농조합이 이처럼 깔끔한 생산시설을 통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갓김치를 생산하는 데엔 CJ제일제당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지난 1991년 인근 농가가 갓 재배 작목반을 구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1994년 408개의 인근 농가가 힘을 합해 설립된 여수 돌산갓 영농조합은 2000년에 코레일유통과 계약을 맺고 갓김치를 전국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열차에 김치를 못 들고 들어가는 규정이 생긴데다, 돌산갓김치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유사한 브랜드가 많아져 유통망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던 차에 지난해 봄 김 대표에게 CJ제일제당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영농조합에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줬다.

당시에 전화를 걸어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질 좋은 갓김치를 함께 생산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제품으로 판매하고 싶다”고 제안을 했고 김 대표는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사업을 시작했다.

CJ제일제당과 함께 갓김치를 만들게 되면서 갓김치의 품질은 크게 개선됐다. 일단 생산공정과 포장 부분에서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엔 포장한 부분이 터지는 바람에 고객들로부터 몇번 항의를 받기도 했고 포장하는 과정에서 제조일자도 제품의 위와 옆으로 위치가 다르게 찍혀나가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이에 CJ제일제당의 품질관리팀은 자체 노하우를 통해 ‘품질급소 점검일보’를 만들어 조합에 제공했다. 점검일보를 통해 조합은 각 제품별 문제현황과 담당자, 제품의 포장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최종적으로 대표이사의 날인을 받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책임소재도 명확해졌다. 이 같은 조치가 없었다면 유통기한 표기규정을 어겨 판매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영농조합과 CJ제일제당의 상생 성과는 갓김치 매출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조합의 지난해 갓김치 총 매출은 22억 원이었다. 올해부터 시판된 CJ제일제당과의 상생제품인 ‘즐거운 동행’의 매출도 계속 상승, 2월 800만 원을 시작으로 3월엔 2600만 원, 4월엔 3000만 원, 5월엔 5400만 원으로 늘고 있는 중이다. 조합은 올해 총 매출로 3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벌어들인 소득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농민들에게 배당돼 지역사회에 재투자된다.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는 여수엑스포 전시장 안에서도 CJ와의 상생을 통해 생산된 갓김치가 판매되고 있다. 한편 여수의 갓김치는 국내를 넘어 이달부터 CJ제일제당의 유통 에이전트가 있는 두바이로 수출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유통망을 통해 갓김치를 유통하면서 갓김치의 세계화를 선도할 생각”이라며 “대개 지역의 식품기업들은 영세한 규모 때문에 생산과 품질관리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수 돌산갓 영농조합의 경우 중소기업답지 않은 생산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춘 경우”라고 밝혔다.

여수 =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