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이정학 기자 luis80@munhwa.com

기초생활보장수급 대상자인 대학생 김모(여·24) 씨는 최근 주말에 이어 평일에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취업을 생각하면 1주일 내내 공부에 매진해도 모자란 시간이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더 이상 취업 준비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씨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택시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해 장애 5급 판정을 받은 뒤 다리가 불편해져 별다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할머니마저 치매에 걸리는 바람에 간병을 하느라 어머니도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사회로 진출해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할 20대 청년들이 청년 취업난과 생활고, 대학학자금 부담 등 3중고로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조손가정 등 결손가정의 경우 부모 세대의 생활고가 청년 취업난 등과 맞물려 다음 세대로 빈곤의 대물림이 이어지고 있어 양질의 일자리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심화된 청년 취업난=권모(여·26) 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취업준비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벌써 원서를 쓴 회사만 50여 곳이 넘지만 서류통과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 권 씨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왔고 공모전 수상 경력도 있으며 평균 학점도 4점에 이른다”며 “최근에는 영어 공부에 집중해 토익 점수도 대폭 올렸는데 여전히 서류통과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 절망감마저 느끼게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청년층의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 증가는 최근 한층 심화된 청년 취업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하반기 6∼7%대를 유지하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 1월 8.0%로 올라선 이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 4월 현재 8.5%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 중 주 취업층인 25∼29세의 경우 1월 6.5%, 2·3월 7.2%에 이어 4월엔 7.6%로 더 올라갔다.

◆ 대물림된 생활고=취업난과 함께 부모 세대의 질병 등 기존 세대의 생활고 역시 20대들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 강서구청 관계자는 “한부모 가족 구성원인데 어머니나 아버지가 질병에 걸렸을 경우 혹은 조손가정 출신 가운데 자신이 돌봐야 할 부양자들이 많은 경우 20대 청년들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 일선 자치구 등에서는 20대 청년이 장애나 심각한 질병 등의 문제 없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할 경우 ‘조건부 수급자’로 지정해 거리 정비 등 자활근로 등으로 유도하고 있다. 자활근로의 경우 월 60만∼70만 원 정도를 받는 데 그쳐 아르바이트비 등과 합쳐도 생활비 충당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학자금 부담도 한몫=대학생 장모(여·24) 씨는 졸업을 1학기 앞두고 휴학을 신청했다. 그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아 근근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최근 대출금이 2000만 원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빚을 내 학교에 다니기가 부담스러워진 탓이다.

늘어나는 학자금 부담과 이에 따른 대출 부담 역시 20대를 빈곤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장학재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학자금대출 연체 인원은 5만3000여 명으로 전체 대출인원의 5.4%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배 이상 늘어난 1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에게 취업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식을 도입해서 취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