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6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교육관에서 한국자원봉사협의회 직원들이 ‘거지 성자’로 불렸던 최귀동(?~1990) 할아버지 동상을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음성 =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지난 26일 낮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꽃동네’ 교육관. 한국자원봉사협의회(이하 한봉협)와 사회통합위원회 등이 서울과 인천·수원 등 수도권 노숙자 1000여 명을 초대한 가운데 ‘제13회 음성품바축제’(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가 열렸다. 이날 교육관 주변에는 교사와 학생 및 자원봉사자 등 800여 명이 찾아와 노숙자들을 위해 건강검진과 일자리·법률 상담 등을 해주고 있었다.

노숙자들의 무료 건강검진 봉사활동을 벌인 열린의사회 소속 박형선(50·경기 부천시) 그린한방병원장은 “소외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의미가 깊고 보람 있었다”며 “이런 행사가 많은 곳에서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를 주관한 한봉협은 지난 1994년 4월 사회복지와 자원봉사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주도로 설립된 전국 자원봉사단체의 대표기구이자 법정단체이며 기업체·종교계·사회복지단체·국민운동단체 등 전국 138개 단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한봉협은 자원봉사단체 간 협력·지원을 비롯해 정책개발, 정보연계, 캠페인·홍보, 국제사업 등 자원봉사와 관련된 활동을 총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활동 대부분은 이곳에서 발굴, 기획, 추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비롯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일본 대지진 등 국내외 대형 재난재해사건은 물론 조손가정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에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현장에 투입한 것도 한봉협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 지점에서 해상크레인이 유조선과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된 사건은 한봉협의 역할과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당시 청정지역이던 태안 앞바다를 시커멓게 뒤덮는 기름유출 재앙이 발생하자 그 즉시 한봉협이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섰고 전국에서 130만 명이 구름같이 몰려왔다. 그들은 말끔하게 기름을 씻어내며 희망을 되살린 ‘태안의 기적’을 일궈냈다. 당시 한봉협의 활약상으로 인해 자원봉사의 가치와 위대성이 다시 한번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인복(60) 사무총장은 “당시 기름이 제거되자 태안군민들이 ‘자원봉사자님들 고맙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땀으로 태안 앞바다가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이 밀려오고 비지땀을 쏟으며 기름을 제거한 자원봉사자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봉협은 또 2010년 1월부터 국민들이 가진 장점과 경험·특기 등을 이웃들과 공유하는 ‘재능을 나눕시다’라는 범국민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시작 3개월 만에 기부신청자가 1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민들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재까지 수백 만 명이 동참했는데 이에 따라 우리 사회 ‘나눔과 봉사’의 대명사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조영준(50) 대외협력국장은 “예전에는 나눔과 봉사활동에 돈과 현물이 주를 이뤘으나 이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정성과 시간만 있으면 공동체 사회를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며 “모든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봉협은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갈등과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와 공동으로 지난해 3월부터 ‘사회지도층 나눔봉사 캠페인’을 추진 중이다.

이 캠페인은 매월 넷째주 토요일을 ‘사회지도층 솔선수범의 날’로 정해 현재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300여 명의 사회지도층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6·25참전용사,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장애우들에게 집수리·생필품 지원·목욕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공 사무총장은 “아직은 시작단계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신뢰가 싹트면서 관심과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나눔과 봉사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고 꽃을 피워가려면 사회지도층과 상류층의 참여와 솔선수범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봉협은 지난 12일 전남 여수시에서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한 이후 전국에서 1만3000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 매일 1200명씩 투입해 박람회의 성공적인 진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봉협은 이에 머물지 않고 자원봉사 활동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 자원봉사 전문관리사 양성 교육기관인 ‘볼런티어 리더십 아카데미’를 설립, 현재까지 100여 명의 전문관리사를 배출했으며 이를 국가공인 자격제도로 운영하기 위해 정부 측과 협의를 추진 중이다.

조영준 국장은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고 정착시켜 보다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음성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