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정찬성의 카카오톡 대화명에 쓰여있는 단어다.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정찬성은 이번 승리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UFC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24, 코리안탑팀)은 16일(한국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펙스에서 열린 ‘UFC on Fuel 3’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더스틴 포이리에(24, 미국)를 4라운드 1분 7초에 초크(목조르기)로 제압했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포이리에는 현재 페더급 랭킹 4위로, UFC에서 4연승을 기록 중인 강자. 게다가 정찬성은 대회 전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12월 ‘7초 KO승’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경기라서 심적 부담감도 컸다.

그러나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준비했던 건 모두 보여주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고 3라운드부터 체력적으로 지쳤지만 투혼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1라운드 초반부터 적극공세를 취한 정찬성은 1분 40여초가 지났을 무렵,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고 갔다. 상위 포지션에서 계속 펀치를 내뿜었고, 포이리에의 얼굴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그라운드에서 벗어나 스탠딩 상태가 됐을 때는 상대에게 펀치를 수 차례 적중시키기도 했다.

2라운드는 정찬성의 완벽한 승리였다. 정찬성은 스탠딩과 그라운드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상대를 괴롭혔다. 라운드 후반에는 암바와 트라이앵글 초크를 시도해 승리 직전까지 갔다.

전 라운드에서 온 힘을 쏟아부은 정찬성과 방어에 전력한 포이리에는 3라운드에서 모두 지쳐 보였다. 하지만 두 선수는 끊임없이 펀치를 교환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애썼다.

정찬성은 판정까지 가지 않겠다는 듯 4라운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1분여가 지났을 무렵, 기습적인 원투펀치에 이어 플라잉니킥을 포이리에의 얼굴에 적중시켰다. 상대가 쓰러지자 정찬성은 가차없이 목을 졸라 서브미션승을 이끌어냈다.

정찬성은 승리 후 옥타곤 위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응원 와주신 교민께 감사드린다. 3라운드에서 체력적으로 너무 지쳐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상대도 지쳐보여 끝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7초 KO승을 거뒀을 때 주변에서 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오늘 경기는 운으로 이긴 것이 아님을 증명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링 아나운서가 “다음 상대로 누구를 원하느냐”고 묻자 그는 직접 마이크를 들고 “조제 알도를 원한다”고 외쳤다.

현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25, 브라질)의 다음 방어전(6월 24일) 상대는 에릭 코크 (미국)로 정해졌다. 따라서 정찬성은 코크 이후 알도와 타이틀을 놓고 겨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