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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1999)‘사랑니’(2005)‘모던보이’(2008)등 정지우(44) 감독은 일상을 뒤흔드는 강렬한 ‘매혹’에 대해 천착해왔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은교’를 만난 후 그는 한동안 벗하고 있던 고독에 이별을 고하고 충무로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뻔뻔스러울만치 솔직하게 그려낸 박 작가의 텍스트에 ‘매혹’됐고, ‘모험’이라해도 정지우의‘은교’를 완성해보고픈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은교’는 천재 노시인 이적요와 제자 서지우,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17세 소녀 은교를 통해 청춘과 늙음, 욕망과 질투 등에 대한 깊은 울림을 전한다.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지우 감독을 만났다.

-‘매혹’에 대해 집착하는 이유는.

“‘미혹’‘매혹’이런 감정들이 나만의 관심거리는 아닐거다. 누구나 눈을 뗄수 없는 순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나. 다만 어릴때부터 영화를 만들어왔던 내가 근육이 좀더 발달해 그걸 스크린에다 옮겨놓는 것 뿐이지 ‘매혹’하는 요소는 인간의 마음속에서 늘 꿈틀댄다고 생각한다.”

- 전작대비 ‘은교’는 평이해진 느낌이다.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예전보다 스토리를 단순화하면서 이해하기는 훨씬 쉬워졌다. 곁가지를 쳐내고 이야기를 단순화할수 있다는 건 발전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나는‘은교’틀 통해 내가 조금 발전했다고 믿고 싶다.”

-영화를 본 후 박 작가의 평은.

“(영화를)두번 보셨다. 처음엔 텍스트 전체 완성도가 높고 원작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 특히 섹스가 ‘발기’가 아닌 ‘슬픔’의 이야기라는 지점을 잘 표현해줬다고. 두번째 보신 후엔 재미있다고만 하셨다.”

- 박해일에게 노인분장을 시켜야했나. 그 나잇대 배우를 쓸수도 있었는데.

“왜 사서 고생하냐고들 하더라. 분장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해일씨의 고통은 말할 수도 없었다. 또 60~70대 노인을 쓴다면 훨씬 더 예술적인 작품이 될 것 같아서 한번 해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청년 박해일이 노인을 연기하면 관객들이 늙은 이적요와 청춘의 이적요 모두를 자신들과 동일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여배우를 아끼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정사신이 신예 김고은에게는 무리였을텐데.

“‘은교’를 만들면서 첫번째도 마지막도 김고은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거였다. 그래서 러브신을 찍을때는 나 조차도 괴로웠다. 줄일까도 고민했지만 그렇게 되면 세 인물 모두 이후 상황의 행동에 대해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다행히 김고은이 용감하게 잘해줬고 음악이 덧붙여지며 조금은(강도가)완화가 됐다. 신예 김고은에게는 자신도 다시 돌아갈수 없는 순간, 젊음이 묻어나는 찰나의 그림을 남겨주고 싶었다.”

- 차기작을 정했다는데 또 ‘매혹’인가.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이야기 중이다. 이상하게 ‘은교’후 자꾸 영화를 만들고 싶어진다. 쭉 갈 수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완전히 달라진대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히 이유는 알수 없지만 ‘은교’를 만난 후 나는 행복해졌다. ”

박미영기자 mypark@munhwa.com
사진=강상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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