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미국 광우병 사태에 따른 정부의 대응 수위를 당분간 ‘검역 강화’로 유지하되, 미국에 파견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정무적 판단 결여’로 결과적으로 전국적 촛불시위의 빌미를 준 것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청와대가 정치권과 진보단체들은 물론 일부 보수단체까지 검역 또는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에서 미온적 대응을 계속할 경우 민심 설득의 기회를 완전히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여론에 맞섰다가 2008년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관계자들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보수단체까지 ‘검역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우군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기말을 맞아 국정 장악력도 떨어지고, 최근 ‘파이시티’ 사건과 관련한 측근들의 비리까지 드러나고 있는 상황도 2008년에 비해 불리한 점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관행에 맞춰 정부의 대응 수위를 조율키로 함에 따라 여론 설득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검역 비율을 높이면서 국내외의 객관적 검증 자료를 제시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더라도 여론이 이를 수용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08년 촛불사태도 실질적 위험보다는 정치적 선동에 기인한 측면이 다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에 파견한 합동조사단의 보고와 다른 나라의 대응 방식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전혀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검역 중단은 과도한 대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역을 중단하려면 합당한 명분과 과학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만 다른 기준을 내세워 검역을 중단할 경우, 통상마찰을 비롯한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의 대응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응 방식에 따로 토를 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경우 야권과 진보단체의 반발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이번 문제의 본질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라며 “정치권은 국민 여론에 더 무게를 둘 수 있지만 정부는 과학적 근거와 국제 규범, 국민 불안감을 종합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