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05년 영국에서 처음 출간돼 ‘해리 포터’와 ‘다빈치 코드’를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소설이 있다. 영국 여성작가 빅토리아 히슬롭(53)의 장편소설 ‘섬’이다. 영국에 이어 유럽 및 미국을 거쳐 최근 한국에서도 출간된 ‘섬’(문학세계 펴냄)은 그리스 크레타 섬을 무대로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애잔하면서도 격동적인 삶의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소설 ‘섬’은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한 크레타 문화를 배경으로 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처연하면서도 가슴벅찬 사랑의 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자신의 첫 소설로 전세계 1000만명 이상의 독자를 울린 ‘섬’의 작가 빅토리아 히슬롭과 e메일로 인터뷰, 작품세계와 집필과정 등을 들었다.

―소설 ‘섬’은 비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따뜻하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이 같은 작품 경향은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리스인들 특유의 낙천적인 세계관에 영향받은 것인지 궁금하다.

“소설에서는 그리스 사람들이 가진 ‘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스의 역사는 격변과 침략으로 얼룩져 있지만 그리스 사람들은 끝내 살아남았다. ‘섬’에서 주인공들은 나병이라는 무시무시한 고초를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는 그리스인들의 낙천적인 민족성과 분명 연관이 있다.”

―소설의 주요 소재인 나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또 나병과 관련,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특히 전달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병 중 하나인 나병은 수천 년 동안 환자들을 부끄러움과 치욕으로 몰아넣었다. 나병은 ‘신의 저주’라는 관념이 만연했고, 나병 환자들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규명된 것처럼 나병은 박테리아성 질환이고, 나병 환자들은 단지 운이 없어 그 병에 걸린 것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병의 징후 때문에 나병을 두려워했다. 나는 나병이 사회에 미친 영향에 줄곧 관심이 있었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사람들을 ‘왕따’시키는 금기들이 많다. 나는 이처럼 불합리한 사안들을 지속적으로 파헤쳐 보일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섬’을 영화화하자는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또 앞으로도 여전히 영화화에 부정적일 것인가.

“그렇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 나병을 주제로 공포영화를 만들거나 환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까 봐 염려됐다.”

―40대 중반의 뒤늦은 나이에 데뷔했는데도 불구하고 문학적으로 탁월한 첫 작품을 발표했다. 데뷔 이전 문학수업은 어떻게 받았나. 또 ‘섬’의 구상은 언제, 어떻게 했으며 집필엔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옥스퍼드대(영어영문학)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분석하기만 했다. 글쓰기 수업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45세가 될 때까지 창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설을 쓰기 전에도 언제나 글을 다루는 일을 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깐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이후 기자로 일하면서 교육·어린이·여행에 관한 글을 썼다. 저널리즘은 확실히 글쓰기 훈련이 된다. 그러나 창의적인 면을 발휘하기에는 제한이 많다. 그리스 크레타의 북쪽 섬 스피나롱가에 처음 갔을 때 내가 이 섬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섬’을 집필한 기간은 나병과 그리스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조사 기간까지 합해 3년이 걸렸다.”

―그리스처럼 반도국인 한국 역시 특유의 낙천적인 민족성과 함께 ‘한의 정서’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혹시 한국을 찾을 계획은 없는지.

“‘한(deep Resentment)’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궁금하다. 한국인의 민족성이 그리스인들과 비슷하다면 나도 한국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