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8월 트리폴리 함락 후 리비아의 국가재건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분리주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리비아 동부의 부족지휘자와 군벌, 정치인 수백명은 7일 반카다피운동이 시작된 ‘혁명의 성지’ 벵가지에서 6일 키레나이카 인민회의(Congress of People of Cyrenaica)를 열고 준 자치를 선언했다. 이 회의에서는 자체 의회와 정부, 경찰, 법원 구성을 위한 법안초안이 발표됐으며, 아흐메드 알주바이르가 통치위원회의 대표로 임명됐다고 BBC가 7일 전했다. 알주바이르는 1969년 무아마르 카다피 쿠데타 때 축출된 리비아왕 이리디스의 후손으로, 카다피 체제에서 최장기간 정치범으로 수용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트리폴리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리비아의 공식합법정부인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의 참석자들은 키레나이카 자치요구가 리비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알주바이르는 BBC인터뷰에서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키레나이카 지역의 자치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리비아는 하나의 국가인 만큼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리주의 움직임에 대해 리비아 과도정부입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과도국가위원회 위원장은 “아랍의 일부 국가들이 리비아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한다”면서 “지금은 어려운 시기지만 600만 리비아인을 분리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과도국가위원회는 오는 6월 제헌의회선거를 통해 의회 및 정부를 구성하고 헌법을 제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앙정부의 단호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벵가지 중심의 키레나이카 지역이 자치를 강행할 경우 리비아는 카다피 축출 이후 또 다른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키레나이카 인민회의 측은 앞으로 2주일내 자치 정부구성을 위한 위원 선출작업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과도정부와의 충돌도 예상된다.

자치를 선언한 키레나이카 주는 수르트에서 벵가지까지 이어지는 동부지역 대부분을 포함하는 곳으로 리비아 원유의 3분의 2가 생산되는 곳이다. 이 지역이 분리주의를 선언한 배경에는 뿌리깊은 소외의식이 깔려 있다. 카다피는 지난 42년 트리폴리 중심의 서부개발 전략에 집중하며 동부지역을 의도적으로 홀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과도국가위원회도 여전히 서부 중심주의에 빠져 동부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리비아는 1951년 독립 이후 서부의 트리폴리타니아, 동부의 키레나이카, 남동부의 페잔 등 3개 연방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969년 카다피의 쿠데타 이후 1개 국가로 통합, 지난 42년간 유지되어 왔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