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재정 위기국가들의 국채 만기도래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정위기 해법 찾기가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에서 유럽 국채발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재정위기 중심국인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5개국의 국채 원리금 만기 도래가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지난 1월 6조8080억유로였던 PIIGS 국채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2월에 37조4780억유로로 급증했다. 국채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3월 43조740억유로, 4월에 35조450억유로를 기록할 전망이다. 2 ~ 4월까지 PIIGS에 돌아오는 국채 원리금 만기액은 115조5970억유로로 올해 전체 국채 원리금 만기액(289조3710억유로)의 40%에 달한다.

이처럼 국채만기가 집중된 상태지만 재정위기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하고,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은 줄줄이 강등되면서 유럽 국채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 등 신흥국 투자자금 회수에 들어갈 경우 국내 금융시장 충격은 물론 기업 자금조달의 어려움마저 예상된다. 실제 유럽계 자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15조1000억원을 회수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존 내 경제규모 6위인 벨기에는 지난해 3분기(6 ~ 9월·-0.1%)에 이어 4분기(10 ~ 12월)에도 경제성장률이 -0.2%를 나타내며 유로존 회원국 중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기록했다. 씨티그룹은 올 1분기(1 ~ 3월)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3.0%, 크레디트 스위스는 -1.7%, 도이체방크는 -1.6%로 잡는 등 유로존 실물경제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경제가 가라앉으면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도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당장 1월 대유럽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44.8%나 감소하면서 2년 만에 무역적자를 초래했다.

이란 제재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도 국내 경제에 악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유럽이 대이란 제재에 동참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연평균 112달러까지 상승하고, 중동과 인도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참여하면 유가는 배럴당 연평균 119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단기적으로 배럴당 150 ~ 180달러까지 폭등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석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