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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의 관점에서 보면 노인은 ‘정기신(精氣神)’의 가장 바탕에 있는 ‘정(精)’이 말라버린 사람이다. 정이 말라 콩팥 사이에서 나오는 ‘신간동기’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신간동기는 비유하자면 생명의 불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의 상중하 삼초를 돌아다니면서 생명의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신간동기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생명의 불이 꺼져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인의 치료 역시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감기가 걸려 열이 난다고 해도 찬 약으로 열을 치는 방법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찬 약은 대개 맛이 쓴데, 오로지 열만을 내리는 약은 가뜩이나 허약한 노인의 상태를 더욱 약하게 만든다. 황금, 황련, 황백과 같은 약이 그런 약들이다.

한의학에서는 양약 중에는 해열제로 쓰는 아스피린 같은 약을 대표적인 쓰고 찬 약으로 본다. 그러므로 노인에게 이런 약을 함부로 써서는 곤란하다. 당장은 열이 내려 몸 상태가 좋아지는 듯 보이지만, 가뜩이나 꺼져 가는 생명의 불을 꺼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에게 함부로 땀을 내거나 토하거나 설사하게 하는 약을 써서도 안 된다. 땀을 낸다는 것은 몸의 열을 발산시킨다는 뜻이다. 땀을 내는 방법은, 이를 전쟁에 비유하자면 성벽을 둘러싸고 쳐들어온 적과 격렬하게 싸워 몰아내는 방법이다.

노인의 몸 상태와 연관하여 비유하자면 꺼져 가는 불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이는 약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노인의 경우는 운동이나 사우나 등으로 함부로 땀을 내는 것도 나쁘다. 어떤 경우든 노인은 땀을 내는 데 신중해야 한다.

땀만이 아니라 노인은 토하게 하면 기가 거꾸로 치솟기 때문에 기의 흐름이 어지러워진다. 설사를 시키면 기가 아래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가뜩이나 기력이 쇠약한 기를 더욱 약하게 한다.

그러므로 노인은 너무 차거나 너무 뜨겁지 않은 약, 그러면서 몸의 기를 조화시켜 주는 약을 써야 한다. 이런 약을 ‘화평(和平)’한 약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평화로운 작용을 하는 약이라는 뜻이다.

노인은 병이 있다고 해서 그 병을 무조건 쳐내기보다는 먼저 몸을 잘 보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몸보신하는 약이나 음식을 써서는 안 된다. 고기와 같이 너무 기름진 음식이나 흔히 맛있다고 하는 맛이 진한 음식은 약해진 노인의 ‘비위(脾胃)’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런 음식은 노인이 소화시키기 어렵다. 그렇게 소화되지 못한 음식은 노폐물이라고 할 수 있는 ‘담(痰)’을 만든다. 이 담은 중풍이나 치매, 당뇨 등 온갖 병을 만드는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노인의 경우는 항상 비위의 기를 키워주면서 몸을 보해야 한다.

그런 처방 중에 대표적인 것이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이다. 여기에서는 ‘각병연수탕(却病延壽湯)’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약이 노인을 보양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했다.

이 처방은 일반적으로 노인을 보양할 뿐만 아니라 소변이 적어지면서 자주 보는 것도 치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다만 소변이 정상적으로 나오면 그만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 처방이 아무리 노인의 몸을 보한다고 해도 함부로 써서는 곤란하다.

몸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바꾸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의보감’에서는 계절에 따라서도 약을 달리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처방에다 봄에는 천궁을 더하고 여름에는 황금, 맥문동을 더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당귀를 늘려 써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를 더하고 뺄지는 몸의 상태만이 아니라 계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끝＞

한의사, 들꽃피는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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