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행 최저 수준인 1.5%까지 낮추겠다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발표에 금융당국과 업계가 아연실색하고 있다. 특히 공공요금이 아닌 가맹점 수수료에 정부가 강제 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 시장경제원칙을 무시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이 수익 보전 돌파구를 찾느라 결국 다수 신용카드 고객의 혜택을 없애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을 1.5%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 등의 민생쇄신정책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정책 당사자인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포퓰리즘의 극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조치는 시장 경제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법을 개정해 시정명령권을 금융위원회에 부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곧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할 시장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발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핵심 관계자는 “만약 은행 대출 금리가 높다고 판단되면, 시장에서 형성된 대출 금리를 강제로 내릴 것인가”라고 묻고, “향후 시장 경제 원칙이 곳곳에서 무너지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가맹점 수수료가 수도요금인 줄 아느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인 1.99% 이하로 수수료율이 떨어지면 카드사들은 연 5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원가 이하로 내려가면 가맹점은 이익을 보게 된다. 하지만 피해를 보게 된 카드사들은 수익 보전을 위해 또 다른 당사자인 일반 카드 회원에 대해 부가서비스 혜택을 폐지하거나 카드론·현금서비스 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철이 다가와 마음이 급하다고 하지만 목소리 큰 사람들(가맹점주)의 표만을 바라보고 요구를 들어주는 게 제대로 된 정책이냐”고 쓴소리를 했다.

손기은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