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안병용(54)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의 e메일과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돈 배포를 지시한 ‘윗선’과 ‘로비 대상자 명단’ 등 이번 사건의 실체를 알 수 있을 만한 핵심 단서를 포착하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베일이 빠르게 걷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박희태 후보 캠프의 재정담당이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을 빠른 시일 내에 소환해 이번 사건의 핵심축인 돈의 입구와 출구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특히 검찰은 원외에 돈을 전달한 안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이날 오후 법원에서 발부되면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 안 위원장이 처음이다. 검찰은 안 위원장의 신병확보가 자금출처를 밝히는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돈의 흐름”이라며 “안 위원장이 구속되면 사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낮아져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안 위원장의 e메일과 통화내역 등을 확보해 돈의 흐름을 규명할 단서를 찾아내면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당시 캠프 재정을 담당한 조정만 수석을 조사하면 상당부분 이번 사건에 대한 실체가 규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수석은 지난 11일 이후 닷새째 잠적 중인 상태로 검찰은 체포영장 청구도 검토 중이다. 문화일보는 15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자택을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한편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돈의 입구 규명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 등이 살포하려던 돈이 ▲박희태 국회의장 개인자금 ▲정치권 실세의 자금 ▲의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자금 ▲제3의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나온 비자금일 수 있다고 보고 있어 검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일훈·박수진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