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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바이지만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는 사람은 적다. 오히려 알약 하나로 그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알약을 먹을 필요도 없고 그냥 잠만 자면서도 오래 살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런 바람을 채워줄 비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귀신같이 좋은 베개, 곧 신침(神枕)이다.

옛날 태산 밑에 한 노인이 살았는데 한나라 무제가 동쪽을 순례하던 중 밭에서 김을 매는 이 노인을 우연히 보았을 때, 등 위로 몇 척 높이나 되는 흰 빛이 어리고 있었다. 그러자 무제가 이상하게 여겨 물어보았다. “그대는 도술을 하는가?” 그러자 노인은 “제가 85세 때 쇠약하고 늙어 죽음이 드리워졌으며 머리가 하얗고 이가 헐었는데, 어떤 도사가 저에게 대추를 먹고 물을 마시면서 곡식을 끊으라고 하며 신침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 속에는 32가지의 약물이 들어가는데, 그 중 24가지 약물은 좋은 것으로 24절기에 해당합니다. 8가지 약물은 독이 있는 것으로 팔풍(八風)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를 만들어 베어 보니 다시 젊어지고 하얀 머리가 검게 되고 빠진 이가 다시 나며 하루에 300리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180세로, 세속을 떠나 산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자손들이 그리워 다시 곡식을 먹기 시작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는데도 신침의 힘이 남아 있어 도로 늙지는 않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무제가 그의 얼굴을 보니 50여세 정도로 보였다. 주위 사람들에게 확인해 보니 모두 그러하다고 하였다. 이에 무제가 신침 만드는 방법을 전해 받고 베개를 만들었지만 곡식을 끊고 물만 마시는 것은 따르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무제는 죽었지만 신침은 만들어 베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신침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음력 5월5일이나 7월7일에 산 속에 있는 측백나무를 베어서 베개를 만든다. 길이는 한 척 두 치, 높이는 네 치, 가운데 빈곳의 용량은 한 말 두 되로 하며, 속이 빨간 측백나무로 두께가 두 푼인 뚜껑을 만드는데, 뚜껑은 치밀하게 만들어 꼭 맞아야 하고 열고닫을 수 있어야 한다. 또 뚜껑 위에 세 줄로 구멍을 내는데 한 줄마다 40개의 구멍을 뚫어 120개의 구멍을 좁쌀만 한 크기로 낸다.

이렇게 만든 베개에 다음의 약을 넣는다. 천궁, 당귀, 백지, 신이, 두형, 백출, 고본, 목란, 천초, 계피, 건강, 방풍, 인삼, 길경, 백복령, 형실, 육종용, 비렴, 백자인, 의이인, 관동화, 백미, 진초, 미무. 이 24가지는 24절기에 해당한다. 더 들어가는 독이 있는 8가지는 팔풍에 해당된다. 오두, 부자, 여로, 조협, 망초, 반석, 반하, 세신이다. 이상 32가지 약물 각 한 냥씩이 필요하다.

이 32가지의 약물을 각각 썰어, 독약을 밑에 넣고 그 위에 나머지 약으로 베갯속을 채운다. 그리고 베로 베갯잇을 입힌다. 이 베개를 100일 동안 베면 얼굴이 반지르르해지고 1년을 베면 몸속의 병 하나하나가 모두 낫고 몸 전체에서 향기가 나며, 4년을 베면 흰머리가 검게 변하고 빠진 이가 다시 나며 귀와 눈이 밝아진다. 베개를 베고 나면 가죽자루로 싸 두었다가 잘 때 벗겨내고 벤다.

이 신침이 효과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개 병은 모두 몸에 흐르는 양맥(陽脈)을 따라 오기 때문에 결국 양맥이 모이는 머리에 집중되게 된다. 그러므로 24절기, 곧 1년 내내 나쁜 기운을 없애주는 이 신침을 베면 모든 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신침을 베면서 모든 음식을 끊고 대추와 물만 먹어야 한다는 단서가 딸려 있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확실히 여러 약재를 넣은 베개를 베면 건강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머리는 늘 시원하게 해야 하므로 너무 푹신하지 않으면서 최소한 메밀껍질이라도 넣은 베개 정도면 충분하다.

한의사, 들꽃피는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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