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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말이라 그런지 성전파성 질환으로 문의하는 환자분들이 많다.

얼마 전 필자도 친구들과 송년회를 했다. 그 자리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인 한 친구가 “요새는 여자들 헤르페스 감염이 예전보다 많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음순 주변이 따갑고 간질거려서 젊은 여성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아마 인터넷 및 스마트 기기 발달에 따라 의학정보에 접할 기회가 많아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음성적으로 늘어나는 성매매 증가도 한 원인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필자도 헤르페스 감염하면 떠오르는 환자가 있다. 1년 전쯤인데, 30대의 미혼 남성이었다. 며칠 전부터 성기 주변에 물집 같은 게 생기고 간지러운 느낌이 있어 찾아오신 분이었다. 육안으로 헤르페스 감염이 많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환자분께 설명을 드리고 검사를 진행했다. 진료를 하면서 환자는 굉장히 불안해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환자는 살아오면서, 곧 결혼할 여자친구 이외에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본인이 만약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면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또 완치가 되지도 않는 병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미리 걱정을 많이 했다. 우선은 환자에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보자고 안정을 시켰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2형이었다.

헤르페스는 1형과 2형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1형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입이나 입술, 코 주위에 작은 궤양이나 물집이 생기는 구순 헤르페스의 원인이 되고,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주로 성기 헤르페스의 원인이 되지만, 구강성교가 흔해진 요즘은 두 가지가 교차해서 나타날 수 있다. 즉 1형이 성기 부위에서도 종종 발견되며 2형이 입 주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 환자에게는 헤르페스 2형이라고 말씀을 드렸고,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몸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골반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수 있다는 점, 항바이러스 제재 약을 들면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피부나 점막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기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 임신시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 헤르페스가 피곤할 때면 재발을 해서 귀찮게 하지만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자리 잡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점 등…그 환자는 묵묵히 듣다가 약처방을 받고 갔다.

약 한 달 후 그 환자가 굉장히 초췌한 모습으로 다시 내원했다. 한 달간 인터넷으로 헤르페스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면서, 너무 괴로운 마음에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질병에 걸렸다는 점도 싫은데, 다른 사람한테 전염을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다는 것이다.

우선 환자를 최대한 안심시키고 매일 병원에 방문하시도록 설명을 했다. 매일매일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상황을 인정하고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 환자는 매일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자살 생각은 다시 안 하겠다는 다짐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이라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이 잘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에 중점을 둘 것을 권하고 싶다. 헤르페스가 과음, 과로, 스트레스, 외상 등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재발하는 질환이므로,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으로 신체 면역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안전하고 건전한 성생활을 한다면 조금 귀찮은 녀석 정도로 생각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골드만비뇨기과 www.gold-m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