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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환자 중심의 진료 문화가 MD 앤더슨 암센터를 세계 최고의 암센터로 키운 비결입니다.”

데이비드 W 장(50) 미국 텍사스주립대 MD 앤더슨 암센터 성형외과 교수는 지난해 11월18일 텍사스주 휴스턴 암센터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자 중심의 통합 진료 시스템이 병원의 최대 장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가 건넨 명함 뒷면을 보자 병원의 슬로건인 ‘Making Cancer History(암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암의 모든 역사를 자신들이 써 나가고 있다는 MD 앤더슨 암센터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한인 1.5세대인 장 교수는 1998년부터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근무했고, 현재 성형외과 부과장을 맡고 있다. 진료 분야는 유방암 환자 수술 후 시행되는 재건 성형 수술이다. “한국 사람 피가 흐르는데 한국말 하는 게 뭐가 이상하냐”는 그의 우리말이 시원시원하게 들렸다.

장 교수는 “우리 병원 의사들은 환자하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새로운 암 환자가 들어오면 의사는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면서 환자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진료 시간이 1시간 이상도 걸린다고 한다. 외과와 종양내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교수 등이 모여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통합 진료 시스템은 MD 앤더슨 암센터가 ‘원조’다. 환자가 여기저기 진료과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번에 통합적인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장 교수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에는 환자가 참석한 가운데 관련 의사들이 모두 모여 상의하고 비교적 간단한 진료는 의사들끼리 의논해 환자에게 알려 준다”고 시스템을 소개했다. 환자에게 최대·최고의 서비스를 하겠다는 정신이 통합 진료 제도에 배어 있는 것이다. 장 교수는 특히 “통합 진료 시스템에 더해 환자 유전자형에 따른 ‘개인 맞춤 치료(personal target therapy)’ 방식을 모든 암 치료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의 유전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각자에게 맞는 맞춤 항암 및 방사선 치료 등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우리나라 암 치료 발전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유방 재건 수술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며 “최근 한국 병원의 암 치료 수준이 매우 높고, 위암과 폐암 등의 수술 성적은 미국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은 연구비 자원이 제한돼서 그런지 암 연구가 미국보다 덜 활성화돼 있는 것 같다”며 “정부와 개인, 제약사 등 연구비 소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 교수는 MD 앤더슨 암센터 연구비 자원 중 중요한 한 파트인 기부금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몇 년 전 한 유방암 환자를 수술했는데 경과가 아주 좋았다. 그러자 그 환자의 남편이 의료진의 지극한 보살핌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500만달러(약 56억원)를 내놨다. 장 교수는 “환자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인해 병원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물론 암 극복을 위한 연구 부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건물명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 영구적인 보답을 하고 있다. 건물명뿐만 아니라 기부자 이름을 딴 클리닉도 수십개에 달한다. 장 교수는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MD 앤더슨 암센터만의 진료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 대상 의료 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 환자를 주 정책에 따라 전체 환자의 5%씩 받아 무료로 진료해 주고 있다. 그는 “세계적 갑부이든 홈리스이든 우리는 똑같이 진료한다”며 “우리는 환자들이 보험이 있는지 없는지, 돈이 많은지 적은지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고 역설했다.

휴스턴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