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일부 위원이 주장한 친이(친이명박)계 용퇴론과 관련해 ‘입조심’을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철저한 쇄신과 함께 우리의 힘을 모아 가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당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김종인(전 청와대 경제수석) 위원과 이상돈(중앙대 교수) 위원이 친이계의 용퇴를 거듭 주장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발언 직후 “몇 명 의원을 (용퇴 대상으로) 거론했을 때 반발은 당연히 예측된 것이고, 우리가 이것을 극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비대위 못 한다”며 “가장 책임져야 할 분들이 자기 책임을 망각하고 상황을 호도하는 등 이런 식으로 가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변신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인적쇄신 등)정치적 결단”이라며 “비대위에서 1월 말까지 그 문제에 대해 확실히 입장을 정리하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고 인적쇄신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친이계·지도부는 좀 비판을 받아야 한다”며 “이게 논란이 없을 수가 있겠느냐. 그런 말이 안 나오면 비대위를 만든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이 (친이계 용퇴 등의 발언을) 직접 하실 수는 없는 것”이라며 “아마 박 위원장도 내가 이런 정도의 맷집은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이 위원은 홍준표 전 대표가 비리전력·국가관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김 위원은 홍 전 대표가 자신의 뇌물사건을 수사하며 자백을 직접 받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당시에 나를 담당했던 사람도 아닌데 왜 뚱딴지 같은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위원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부정했다는 홍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해명 자료를 내고 “폭침 초기에 누수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뿐이고, 어뢰로 밝혀진 이후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봐야 한다는 글을 블로그와 언론에 게재했었다”며 “홍 전 대표의 발언은 경솔했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은 김·이 위원이 불을 지핀 친이계 퇴진 논란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준석(클라세스튜디오 대표) 위원은 “어떤 사람에게 나가라 마라 하는 것에 실망했다”며 “우리가 몸을 낮추고 의원들에게 엎드려서 (함께) 해보자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정(비트컴퓨터 대표) 위원도 “누굴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는 안 하겠다”고 했다.

김하나·김동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