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헤리티지재단은 지난 12월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후 3시간 45분 만에 기자들을 상대로 긴급 콘퍼런스콜을 실시했다. 당시 미국 현지 시각은 오전 1시45분.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백악관과 국무부, 헤리티지재단만이 눈을 뜨고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여타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다음날 김정일 사망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헤리티지재단처럼 새벽에 콘퍼런스콜을 연 곳은 없다. 이는 헤리티지재단이 미국만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를 커버한다는 자부심의 결과다. 아시아 국가의 기자들은 오히려 새벽에 이뤄진 콘퍼런스콜에 쉽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헤리티지재단의 이같은 순발력과 활동력은 에드윈 퓰너 이사장의 노력 결과물이다. 퓰너 이사장은 2012년 이사장 취임 후 35년째를 맞는다. 그는 1977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을 맡아 미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들어 놓았다. 헤리티지재단은 1977년 당시 9명의 스태프를 가진 신출내기 싱크탱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55명이 일하는 거대 조직으로 변모했다. 미국 싱크탱크의 경쟁을 촉발시킨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퓰너 이사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로부터 ‘10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보수주의자’로 두 차례 선정됐고, 2009년 칼 로브가 포스브에서 매긴 랭킹에서는 ‘워싱턴에서 6번째로 영향력 있는 보수주의자’로 평가됐다. 아시아 문제에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높은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외교통인 정몽준 의원과는 스스럼없는 우정을 나누는 관계이며, 지난해 초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기도 했다. 보수적 싱크탱크이지만, 김대중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

그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레지스 대학을 졸업했으며,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에든버러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원의원 보좌관을 하다가 헤리티지재단에 합류했다. ‘미국을 위한 리더십’ 등 7권의 서적을 직접 저술했다.

워싱턴=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