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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회사 공금 횡령 사건에 연루돼 다니던 회사에서 면직을 당하게 된 A씨는 사측에 “공금을 횡령한 사람들은 이미 검찰에 구속됐고 나는 죄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사의 노조위원장 B씨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냉대를 당했고 이에 앙심을 품게 됐다.

그즈음 B씨가 부위원장인 C씨와 불륜 관계에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A씨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들의 불륜 현장을 포착해 B씨를 협박하면 앙갚음을 할 수 있고 회사에 복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알고 지내던 동생 박모씨에게 B씨와 C씨를 미행하게 시켜 불륜 현장을 채증토록 했다. 박씨는 10월 말부터 이 둘을 미행하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 11월30일 오후 9시쯤 이들이 경기지역 한 모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박씨는 돈 욕심이 생겨 딴마음을 먹었다. 박씨는 A씨에게 사진을 건네주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B씨에게 직접 돈을 뜯어낼 마음을 갖게 됐다. 박씨는 B씨에게 직접 전화해 사진을 건네주는 조건으로 4000만원의 돈을 요구했고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운동장 부근에서 B씨를 만나 돈을 받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당일 박씨가 B씨로부터 돈을 건네받던 순간 현장에 잠복해 있던 경찰이 박씨를 덮쳤다. B씨가 돈을 건네주러 오기 전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도 사건에 연루돼 공갈교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고 서울 방배경찰서는 결국 지난 21일 박씨와 A씨를 각각 공갈과 공갈교사 혐의로 구속했다.

회사 면직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륜 현장을 쫓던 A씨는 면직은커녕 쇠고랑까지 차는 신세가 됐다.

유민환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