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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과학 연구자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 간 연계와 연구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합니다. 연구와 임상이 통합된 영국의 모델이 많은 나라들에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R 찰스 쿰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의 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11월18일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치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유방암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쿰스 교수는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암의학과 임상과장과 ‘임피리얼 칼리지 국가의료서비스기관(NHS Trust)’의 종양내과 전문의도 겸하고 있다. 그는 또한 지난해 10월부터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암 연구센터(Imperial Cancer Research UK Center·CRUK)’ 소장을 맡아 암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쿰스 교수는 해머스미스 병원 등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의 협력 병원 의사들은 진료와 연구를 거의 절반씩 할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진료와 임상시험, 학생 교육, 행정업무 등 연구 외 활동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실험실에 앉아서 연구하는 시간이 하루의 50%가 돼야 암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쿰스 교수 자신이 진료 외에도 CRUK에서 진행하는 3개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고, 그 밖에 몇 개의 또 다른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암 연구와 임상이 연계돼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강한 소신이기도 했다.

쿰스 교수는 이어 “임상을 겸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이 연구도 잘하기 위해서는 연구비 걱정이 없어야 한다”며 “영국은 정부와 자선단체, 제약사, 국립연구소 등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소스가 매우 다양하다”고 전했다. 쿰스 교수 혼자서 유방암 연구에 1년에 250만파운드(약 45억원)를 사용하고 있다. 연구비는 CRUK, 우리의 건강보험공단 격인 NHS Trust, 영국의학연구소(MRC), 공학자연과학연구회(EPSRC) 등에서 지원받고 있다.

쿰스 교수는 한국의 암 치료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훌륭한 기초과학자가 아주 많은데 이들의 연구가 임상 의사와 잘 연결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창의적인 임상 의사들이 이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한국인에게 맞는 암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혁신적인 물질을 바로 암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비 소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연구비를 지원하는 ‘펀딩 보디(funding body)’가 정부와 제약사 등으로 제한돼 있는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고언이다.

쿰스 교수는 현재 유방암과 관련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에는 수술 외에 항암 치료와 호르몬 치료가 있는데, 쿰스 교수는 현재 호르몬 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암 세포가 호르몬 치료에 저항하는 원리 규명과 함께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화학자 등 그와 함께 하는 기초과학자만 100명이 넘는다.

그는 “유방암 항암제 개발을 위한 분자생물학적 실험을 우리가 진행하면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항암제를 개발하고, 이 항암제를 차링 크로스 병원 환자들에게 임상 적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유방암 환자의 80%에서 에스트로겐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인 타목시펜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새로 개발된 약제가 엑세메스테인”이라며 “이 치료제에도 내성을 갖는 환자가 나오면서 4가지의 타깃을 새로 설정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쿰스 교수는 “전체 유전자를 분석해 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치료하는 방향으로 암 치료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런던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