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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하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님은 첫인상은 호랑이 같지만 항상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고 직원들에게도 다정다감한 분이셨습니다.”

15일 박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권오준(61·사진) 포스코 부사장은 깊은 애도 속에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포스코 기술총괄최고경영자(CTO)를 맡고 있기도 한 권 부사장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유학 중이던 지난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스카우트되면서 박 명예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귀국해 처음 인사드리러 갔을 때 호랑이 같은 눈으로 쳐다보면서 ‘기대를 많이 한다. 좋은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권 부사장은 “당시 박 명예회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포항공대와 RIST를 잇달아 설립하며 파격적인 조건으로 해외에서 공부하던 우수한 인재들을 불러 모았다”면서 “그분의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포항공대가 설립 25년 만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일어설 수 없었고 포스코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게 당시 박 명예회장이 철강 전공보다 신소재 전공자를 많이 스카우트했는데 지금에 와서 포스코가 철강기업을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박 명예회장의 혜안 덕”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 명예회장이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이어졌다. 권 부사장은 “제가 포스코 유럽법인장을 맡고 있던 2000년대 초반 세계 철강업계의 거물들이 앞다퉈 박 명예회장을 초청해 철강산업의 흐름에 대해 말씀을 듣고자 해 유럽을 자주 방문하셨다”며 “그분을 가까이에서 수행하면서 엄한 겉모습과 달리 항상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다정다감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 부사장은 “박 명예회장께서는 정도에서 벗어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그분이 하신 말을 따라가면 회사가 발전하고 기술개발에도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는데 개인적으로는 100%가 아니라 150% 노력을 기울여야 따라갈 수 있는 점이 힘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