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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의 개인 맞춤 의학(personalized cancer care)’이 앞으로 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되고 좋은 효과를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로렌스 슐만 미국 하버드 의대 다나파버 암센터의 최고 의료 책임자(Chief Medical Officer) 및 의료담당 수석 부사장은 지난 11월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치료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인 맞춤 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다나파버 암센터는 2년 전 ‘온코맵(Onco-map·암 지도)’이라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하고 있다. 온코맵 기술을 이용해 암 환자 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암 환자의 세포 조직 또는 혈액 유전자(DNA) 소량을 분석해 암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의 다양한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유전자를 가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표적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2년 의료담당 수석 부사장이 된 슐만 부사장은 현재 하버드 의대 교수이며, 시라큐스대를 졸업해 하버드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인 종양학 분야의 임상 서비스 부학과장을 지낸 그는 현재 유방암과 림프종 환자 치료와 임상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슐만 부사장은 개인 맞춤 의학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와 돌연변이를 다 알게 되면 환자를 검사해 어떤 게 암을 일으켰는지 바로 알게 되고 바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슐만 부사장은 “개인 맞춤 의학은 또한 환자의 체질은 물론 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며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평생 어떤 암에 걸릴 확률이 얼마인지, 종양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암을 갖고 있더라고 사람마다 유전적인 변화가 다르기 때문에 개인 맞춤 의학은 개인에 맞는 항암치료를 가능하게 한다고 슐만 부사장은 설명했다. 암과 정상세포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대량으로 축적되면 지금보다 신약 개발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HER-2 유전자가 유방암 환자에게 발현되는 것을 알아내 이에 맞는 항암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위암 환자에서도 HER-2 유전자가 발견되고 침샘 종양에도 HER-2 유전자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내고 있다. 이런 발견으로 HER-2 유전자가 발현되는 각각의 암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나파버 암센터가 암 유전자 연구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슐만 부사장은 “2000년대 초반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BCR와 ABL이라는 복합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 ‘글리벡’이라는 약물이 잘 듣는다는 획기적인 발견이 있었다”며 “특정한 유전자를 가진 암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 개발되면서 개인 맞춤 의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나파버 암센터도 2000년대 중반부터 암 유전자 연구를 본격화했다.

2년 전에는 온코맵 작성을 위한 ‘개인 맞춤 의학 프로파일(peesonalized cancer medicine profile)’이 실용화됐다. 연구 성과로 밝혀진 유전자를 환자에게 바로 임상 적용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슐만 부사장은 “국내외 다른 병원들과 협력해 온코맵 연구를 확장했는데 이는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하면 통계적인 파워가 생겨 더욱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아산병원과도 협약을 체결한 것은 암이 인종 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종 간 차이에 따른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우리나라 암 환자의 유전자 사례 모집에 도움을 줬다.

슐만 부사장은 다나파버 암센터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국내외 어떤 기관보다 암 연구에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의료기관이 진료 80%, 연구 20%라면 우리는 진료와 연구에 거의 반반씩 투자하고 있다”며 “환자 수로는 미국 내 유수 암센터에 비해 적지만 새로운 것을 개척해 나가는 것은 우리가 더 장점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암 진료에 있어서도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 분야가 골고루 조화를 이뤄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양학과 항암치료, 병리, 수술, 방사선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슐만 부사장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인류가 암을 언제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문현답’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원 스텝, 원 스텝’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제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스턴 =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