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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과 줄타기, 그리고 한산모시짜기가 지난 11월28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유산과 인류무형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택견과 줄타기는 사전심사 단계에서 이미 ‘등재 권고’ 판정을 받아 등재가 확실시됐다. 하지만 사전심사에서 “등재 후 유산의 진정성 유지를 위한 별도의 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등재 보류’판정을 받았던 한산모시짜기가 본회의에서 극적으로 인류무형유산에 이름을 올려 의미를 더했다. 또한 택견은 세계 전통무예 중 최초로 인류무형유산이 돼 의미가 깊었다. 또 같은 날 유네스코 무형유산 국제협력 전문기관인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국내 최초로 출범해 큰 관심을 모았다.

1.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유네스코가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에 따라 인류 공동을 위해 보호돼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일컫는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약탈에 따른 문화유산의 파괴 및 도난훼손 등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집트 아스완댐 건설을 계기로 침수될 위기에 놓인 아부심벨 사원을 구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와 행동이 촉발된 것이 세계유산협약이 채택된 배경이다. 세계유산협약에 따라 세계유산 선정과 보존조치 심사 등을 담당할 정부간위원회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설립됐으며 전세계적으로 936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을 유적·건축물 등 인간이 만든 문화유산과 생물학적 군락·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서식지 등 자연유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동시에 충족하는 복합유산 등 3가지로 분류·관리하고 있다.

2.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은

‘진정성(authenticity)’과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제로 10가지(문화 6, 자연 4) 세부기준 중 하나 이상의 조건을 충족하고 유산에 대한 보존관리 체계가 확립돼 있어야 한다. 문화유산의 등록기준은 ▲독특한 예술적 혹은 미적인 업적, 즉 창조적인 재능의 걸작품을 대표할 것 ▲독특하거나 지극히 희귀하거나 혹은 아주 오래된 것 ▲문화적, 사회적, 예술적, 과학적, 기술적 혹은 산업의 발전을 대표하는 건축 양식 등 6가지다. 자연유산은 ▲지구사의 주요 단계를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사례 ▲중요한 생태학적, 생물학적 과정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 ▲특별한 자연미와 심미적 중요성을 지닌 빼어난 자연 현상이나 지역 등 4가지다.

3. 세계유산 등재절차는

등재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산이 국가별 유산목록인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어야만 한다. 등재절차는 지자체장(시장·도지사)과 문화재청장이 사전 협의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재신청 대상을 확정하고 외교통상부를 통해 유네스코에 신청서 초안(매년 9월30일까지)과 최종 신청서(매년 2월1일까지)를 제출하면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ICOMOS와 ICUN 전문가들이 매년 9~10월쯤 현지실사를 나와 조사한 뒤 다음해 4월 말까지 평가보고서를 작성·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6∼7월쯤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된다.

4.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한국은 1995년 12월 석굴암·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3건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필두로 지금까지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조선왕릉, 하회·양동마을 등 9개의 문화유산이 있으며 제주화산섬·용암동굴 1개의 자연유산이 있다. 지난 27일 경주 양동마을을 방문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500년 동안 전통문화가 이어져 내려오는 양동마을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자랑스러운 세계문화 유산이다”며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방문객이 많아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조사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5.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큰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잠정목록은 총 13건이며 이 중에서 지난 2월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심의를 통해 우선 등재 추진 대상을 3건 선정했다. 남한산성, 서남해안 갯벌,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와 익산역사유적지구 공동 추진) 등 3건이 우선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잠정목록이다. 또 인류무형유산으로는 나전장, 조선왕조궁중음식, 석전대제 등이 지난달 28일 제6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등재되지 않았지만 ‘정보 보완’ 결정을 받아 향후 보유단체 및 관계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보완하면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화재청의 판단이다. 문화재청은 또 중국이 올해 자국의 국가목록에 등재시킨 바 있는 아리랑의 신청서 보완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내년에 등재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6. 세계무형유산·세계기록유산이란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외에도 세계무형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무형유산은 유네스코가 지난 2001년부터 2년마다 지정한 인류 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탁월한 가치를 지닌 구전 및 무형유산을 말한다. 지난 2003년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이 채택되고 2006년 발효되면서 현재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제도로 전환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올해 정보보완결정(등재 보류)제도를 도입하고,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의 신뢰성을 위해 예년보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했다.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을 필두로 2003년 판소리, 2005년 강릉단오제, 2009년 강강술래·남사당놀이·영산재·제주 칠머리당영등굿·처용무, 지난해 가곡(반주에 맞춰 부르는 시조)·대목장·매사냥에 이어 택견·줄타기·한산모시짜기 등 모두 14건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의 경우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등 10건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무형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은 정부간 협약(세계유산협약)에 의거 선정되는 세계유산과는 개념상 구별된다.

7. 택견 등은 어떤 점 인정 받았나

유네스코는 택견에 대해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된 전통무예로 전승자들 간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며 전 세계 유사한 전통무예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다”며 세계 전통무예로는 처음으로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했다. 전통무예로서 택견과 함께 인류문화유산 등재 경쟁을 해온 중국의 쿵후는 등재받지 못했다. ‘소림사 쿵후’의 등재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본회의 직전에 등재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줄타기에 대해서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한국 전통음악과 동작, 상징적인 표현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성격의 전통 공연예술로 인간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유산”이라고 유네스코는 설명했다. 모시짜기에 대해 유네스코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고 해당 공동체에 뿌리내린 전통기술로 실행자들에게 정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8. 세계유산 등재 혜택·효과는

무엇보다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고용 기회와 수입도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 지역의 계획과 관리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세계유산의 존재는 지역주민 및 국민들의 자부심 고취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유산 등재가 소유권이나 통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소유권은 등재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국내법도 여전히 적용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유산기금(World Heritage Fund)으로부터 기술적, 재정적 원조를 받을 수 있다. 협약국은 세계유산 지역의 보존상태를 모니터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하며 세계유산센터나 다른 기구 등 국제사회의 보호와 감시를 받게 된다.

9.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란

2005년 제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센터 설립을 제안한 지 6년 만에 출범한 문화분야 국내 최초의 국제기구다. 지난 2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창립식에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아태지역 유네스코 지역사무소 대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대표, 그리고 국내외 무형유산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센터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국제협력 전문기관으로, 문화재청장이 당연직 이사장인 법정법인이자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카테고리 2기관이다. 유네스코 카테고리 2기관이란 유네스코가 재정이나 인력 등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지만 그 간판 아래 각종 관련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기관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특히 2003년 무형유산협약 채택 이후 무형유산보호를 위한 지역간 국제협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아태지역 무형유산보호활동을 전담할 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 지역 무형유산보호 활성화 촉진과 국제협력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0.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이란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중 전쟁으로 파괴 위험에 직면하거나 부실한 관리로 인해 위기에 처한 문화 및 자연유산을 특별 관리해 오고 있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현재 34곳에 달한다. 이슬람극단파인 탈레반 조직에 의해 심하게 훼손된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계곡의 문화경관과 고대유적’이나 이라크의 ‘사마라 고고유적도시’는 각각 2003년과 2007년 등재와 동시에 ‘위험유산’목록에 올랐다. 지난해엔 ‘카스비 부간다족 왕릉단지’(우간다)와 ‘바그라티 성당과 겔라티 수도원’(그루지야), ‘아치나나나 열대우림’(마다가스카르),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미국) 등 4곳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새로 등재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