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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공동 구매를 통해 할인 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상위 업체 4개사의 올해 연간 총 매출 규모가 1조원(추정)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 중이지만 유명 회사조차 짝퉁 상품 판매 논란에 휩싸이는 등 소비자 피해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소셜커머스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내렸으나 혼탁한 시장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소셜커머스 업체인 A사의 경우 두 달 전 짝퉁 상품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이 업체는 미국에서 직수입했다며 유명 화장품 업체인 키엘의 수분크림 등 4종류의 화장품을 정가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이 화장품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으로 판매에 들어가자마자 3000여명이 구매했고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9월 초에는 재판매까지 실시했다. 주문자들은 배송이 빨리 되지 않는다고 항의를 했다.

그러나 실제로 상품을 구매해 사용한 소비자들이 ‘정품과 비교해 외양이 다르고 사용감에도 차이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 짝퉁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이 업체는 10월7일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던 상품이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지하고 보상 조치를 했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했던 3000여명의 소비자가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제품을 구입했던 김모(여·32)씨는 “유명 업체라 믿고 구매했던 제품이 짝퉁이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소셜커머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소셜커머스 사이트 B사도 유명 수입 운동화인 ‘뉴발란스’의 짝퉁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7월 이 사이트는 뉴발란스 운동화를 정가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터넷 블로그에서 ‘진품과 소재와 모양이 다르다’며 짝퉁 판매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 뉴발란스의 공식 수입 판매사인 이랜드에 고객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이랜드 측이 자체 확인한 결과 소셜커머스에서 판매된 상품은 짝퉁으로 판명됐다. 결국 지난달 이랜드는 이 소셜커머스 업체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선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 뉴발란스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업계 추산 4000여명에 이른다.

소셜커머스 시장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과 스마트폰 이용자의 증가 추세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그루폰 등 소셜커머스 상위 4개사의 3분기(7∼9월) 거래액 규모는 약 2340억원으로,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공정위는 지난 10월12일 소셜커머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할인율 과장, 위조 혐의 상품 판매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위의 조치에도 피해에 항의하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각종 게시판을 뒤덮을 만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유통채널로 자리를 잡고 있는 소셜커머스의 위상을 감안할 때 늘어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근본적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증가하는 데는 각 업체의 허술한 상품 관리 시스템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소셜커머스는 개별 상품기획자(MD)들이 각자 현장 조사를 통해 상품을 발굴해 오고 판매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여러 MD들이 자기 상품을 파는 ‘자영업자’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의 상품을 제대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업계에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 내부적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데 비해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게다가 소셜커머스라는 산업이 시작된 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아 MD와 업체 모두 유통시장의 초보나 다름없어 제품이나 서비스에 하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짝퉁 판매로 논란이 된 제품들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해외에서 병행 수입을 했다가 문제가 됐다. 병행 수입은 독점 수입권자가 아닌 제3자가 해외 현지 대형 아웃렛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해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병행 수입품의 진품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상품별 고객 대응과 관련, 담당 MD가 이를 자의적으로 처리하고 제대로 된 고객 불만 처리 절차 또한 마련돼 있지 않아 미숙한 사후 서비스 문제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이 할인받은 가격 이상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현재 많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인지도 상승을 위해 제 살 깎기식 가격 경쟁을 하면서 매출 대비 지나치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이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소셜커머스와의 거래를 7일 이내에 철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반값 이상의 할인이라는 광고에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노기섭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