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에 새로 합류한 적우(본명 박노희)라는 가수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가 ‘룸살롱 마담 출신’이든 ‘룸에서 노래 아르바이트’를 했든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출연 여부에 결정적인 사유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가수’ 현재의 가창력 기준에서 보면 단단하고 굵은 그의 목소리는 되레 이 프로그램에 적합한 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적우라는 가수가 아니라 ‘나가수’ 제작진의 아리송한 섭외 원칙입니다. 초창기 장기호 자문위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가수’의 출연 조건으로 ‘인지도’와 ‘가창력’을 꼽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수가 부른 노래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야 하고,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가창력이 라이브에서 먹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의 가수는 그런 조건에 상당히 부합했습니다. 김범수는 얼굴만 덜 알려졌을 뿐 많은 노래가 히트 반열에 오른 증명된 수표였고, 윤민수 역시 20·30대 층에겐 리듬앤드블루스(R&B) 분야에서 매력적인 가수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나가수’ 제작진이 탈락한 장혜진의 뒤를 이어 적우를 선택한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적우를 추천한 건 장기호 자문위원장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애초의 원칙과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의문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가창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지도 면에서 그는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요. 적우는 모두 5장의 앨범을 낼 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여 왔지만, 일반 대중이 그의 노래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듣고, 얼마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일반 대중이 적우의 섭외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건 기존 출연 가수들의 인지도가 대중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안겨 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의외성이 ‘나가수’의 새로운 원칙이라면 사전에 고지하거나, 처음부터 ‘원칙에 위배되는 듯한 원칙’을 폐지했어야 옳지 않았을까요.

‘한국의 보노(아일랜드 그룹 U2의 보컬리스트)’로 평가받는 가수 이승열이 수개월 전부터 후보로 올라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신정수 PD는 늘 ‘0순위 후보’를 거론하며 이승열을 세우려 했고, 수많은 네티즌 역시 그를 투입하라고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승열은 이제 후보 목록에서도 삭제되는 듯합니다. 인지도를 고려하면 어디 이승열뿐이겠습니까. W&Whale의 웨일, 장필순, 박새별 등 뛰어난 실력파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가수들은 ‘형평성 차원’에서 본의 아니게 무시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나가수’는 고음 위주의 대결 구도라는 새로운 경쟁 원칙이 소리 소문 없이 자리 잡으면서 ‘튀는 가창’의 가수들만 죄다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임재범 이후 ‘스토리’에 목말랐던 제작진이 ‘적우’ 스토리로 또 다른 감동 시청률을 계산한 듯합니다. ‘원칙 없는 꼼수’가 ‘악수(惡手)’를 낳지 않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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