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과 12월2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표결처리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에서는 ‘중간 지대’에 속한 의원들의 결정이 한나라당의 표결처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관련 재협상을 약속하는 한·미 양국 장관급 이상 서면합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져있다. 하지만 서면합의 이후 대응과 몸싸움 여부를 놓고는 협상파와 강경파로 양분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당내 협상파는 45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의원총회의 결론인 ISD 즉각 재협상 서면합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저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협상파 대표선수 격인 김성곤 의원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번 의원총회에서 요청한 것은 한마디로 ‘대통령의 재협상 의지를 서면으로 담아오라’는 것”이라며 “이게 수용되면 그 선에서 마무리하자는 주장이 더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원 47명의 서명을 확보했다는 강경파 측은 ‘선 ISD 폐기, 후 비준동의안 처리’ 당론을 고수해야 한다는 견해가 강하다. 결국 강경파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물리적 저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ISD 재협상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민주당이 애초 요구했던 ‘10+2 재재협상안’이 모두 관철돼야 한다”는 초강경론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처럼 협상파와 강경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중간지대 의원들이다. 협상파 45명과 강경파 47명을 더하면 92명으로 민주당 전체 의원 수 87명을 넘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양쪽의 주장에 서면이나 구두로 모두 동의한 의원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원내직을 맡은 의원 등이 서명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양쪽에 모두 서명한 의원이 20 ~ 2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중복 서명파 20여명이 몸싸움 쪽으로 기우느냐, 당론 변경 쪽으로 기우느냐가 민주당의 대응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