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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등 여권이 ‘숫자’ 고민에 빠져 있다. 여권은 몸싸움을 유발하더라도 표결처리에 나설 방침이지만 성공을 장담할 동력을 찾지 못해 ‘계산에 계산’을 거듭하고 있다. 여권 한 고위관계자는 21일 “몸싸움을 해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한나라당 의원 절반이 죽는다”며 “그러나 이번에 처리하지 못하면 전부 죽는다”고 밝혔다.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발목잡기에 막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전통적인 지지층인 보수세력까지 한나라당에 등을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여권 수뇌부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아직도 밑바닥에선 선뜻 표결처리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뇌부도 당 내부에 충분한 동력이 있는지를 의심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만약 표결처리에 나섰다가 실패한다면 상처가 매우 깊을 것”이라면서 “정말 표결처리에 나설 것이라면 치밀한 계산과 일치단결된 움직임을 확인한 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체 국회의원 의석 295석 중 한나라당은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의사 정족수인 과반 의석 148석보다 훨씬 많다. 문제는 한·미 FTA 합의처리를 주장하는 협상파가 45석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한나라당 의석은 124석에 불과, 과반에 크게 못미치게 된다. 현재 협상파 중 상당수는 표결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과거 “몸싸움을 통한 강행처리에 반대하고 만약 동참할 경우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강경 협상파 22명이 변수다. 이들을 제외하면 한나라당 의석은 147석이 되고 역시 과반보다 1석이 부족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미래희망연대 8석도 우군으로 보고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의원과 당내 표결처리 선회 협상파 의원들이 몸싸움에까지 동참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몸싸움 없이는 표결을 위한 본회의장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의원들을 대신해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한나라당 보좌진도 과거와는 달리 몸싸움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의 한 간부는 “보좌진도 의원 성향에 따라 양분된 분위기”라며 “상당수가 이번만큼은 몸싸움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반대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