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외통위의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들을 중진의원들로 교체하는 등 단독 표결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1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표결 처리 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100% 받아들이고 설득할 만큼 한 상황에서 (더이상)지체할 수 없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의총에서 모든 의원의 의견을 들어 당론을 확정하고 절차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간 협상을 주도해 온 황우여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정치권을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냐”며 “이제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 처리에 앞서 다음 주 초까지 외통위에서 한·미 FTA 비준안 통과를 시도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15일 외통위에서 ‘협상파’ 원내대표단 소속 김세연, 유일호 의원을 제외하고 기존 외통위원인 친이(친이명박)계 중진 안상수, 이윤성 의원을 다시 투입하는 사보임을 단행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더이상 합의 처리가 힘들지 않으냐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다수이고, 그래도 기다리자는 것은 소수 의견”이라며 “협상파도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지만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초선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한·미 FTA 비준동의안 표결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일본과 대만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서둘러 하려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과 필리핀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지금처럼 국내 경제가 어려울 때 한·미 FTA가 살길이고, FTA가 빨리 되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데 걱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