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신 정치 2탄’이 다시 한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24일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원하는 ‘서신 정치 1탄’을 내놓은 지 23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편지의 내용과 후속조치 등을 고려하면 안 원장이 한발한발 현실 정치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안 원장은 박 시장을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던졌던 1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을 거쳐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하지만 ‘서신 정치 2탄’은 여러모로 1탄과 달랐다. 1탄에서 안 원장은 1955년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작은 행동으로 흑인 민권운동을 열었던 로자 파크스의 사례를 들며 ‘투표라는 행동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산층 붕괴’, ‘젊은 세대들의 좌절’, ‘자원의 편중된 배분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라는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눔’, ‘기업이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할 책임’, ‘상대적으로 더 혜택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에 대한 공헌’,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 등 앞으로의 지향점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들의 행동을 촉구하기보다는 ‘한국 사람 안철수’가 현재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를 드러낸 것이다.

안 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펌프로 물을 퍼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이 되어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안 원장의 말은 존중해줘야 하지만 충분히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행위”라고 말한다. 정치컨설팅업체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권에서 ‘무임승차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고 자신의 재산이 많다는 점이 언론지상에 등장하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뭔가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려 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은 반(反)한나라당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인 만큼 소극적이라도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 같다”며 “정치권력(power)은 없지만 영향력(influence)은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안 원장이 현실 정치로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대 수강편람에 따르면 안 원장은 내년 1학기에도 수업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김능구 대표는 “이번 편지를 통해 안 원장이 현재의 여야 대결 정치, 의석수 싸움 등에 관심이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안 원장과 조만간 만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과) 연락을 한번 해서 뵙겠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