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용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개인재산의 절반인 15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안 원장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민주당이 환영과 칭찬을 표한 반면 한나라당은 안 원장의 정치적 의도에 초점을 맞췄다.

한나라당에서도 특히 친박(친박근혜)계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따라서 반응이 상당히 거칠게 나왔다. 한 핵심 지도급 인사는 15일 전화통화에서 “안 교수가 머리를 많이 쓴 것 같다”며 “눈에 너무 보이는 것 같은데,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부는 좋은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라며 “정치 이야기를 하기 전에 평소에 내놨으면 순수한 기부행위인데 대선주자로 이야기되는 가운데 내놓는 것은 좀 그렇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 ‘안 교수의 재산 사회환원이 정치적 행위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삐딱하게 보면 안 된다. 1500억원을 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냐.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인다”고 덕담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음에 나왔다. 그는 ‘안 교수가 대선에 나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경험과 경륜으로 사람의 갈등을 다루는 자리”라며 “커서로 바이러스를 다루는 것과 많은 일반 사람을 다루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이(친이명박)계 출신 중도파 한 의원은 “어제 재산기부를 선언한 안 교수의 e메일 편지는 상당히 잘 쓴 대선 출사표로 보인다”며 “중산층의 붕괴, 젊은세대의 좌절, 함께 살아가는 사회 등의 표현은 대단한 정치적 수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안 교수가 반 한나라당 포위전선의 일각으로 정치권에 들어온다면 금방 망가진다”며 “낡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틀을 뛰어넘는 정치력을 보여줘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반적으로 환영일색이다. 이용섭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의 계절’에 접어든 터라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사회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다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면서 “안 교수는 본인이 정치를 하건 안 하건 이미 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을 뒤져보면 좀 다른 맥락이 느껴진다. 야권통합을 추진 중인 민주당은 기존 노선보다 진보적 방향을 노정하고 있는데 안 원장의 움직임은 진보·보수 구도를 넘어 ‘상식과 국민의 아픔’을 얘기하기 때문에 속으론 좀 떨떠름하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