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건축 김성홍 지음 / 현암사

‘건설한국을 넘어서는 희망의 중간건축’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주제를 함축한다. 건축학자인 저자는 현재 우리 도시 건축이 ‘건설신화’와 ‘디자인 경제주의’라는 양극단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한다. 크고 높은 건물을 많이 지을수록 삶도 풍성해질 것이라는 ‘건설신화’의 반대편엔, 삶의 공간도 상품처럼 예쁘게 꾸밀 수 있고, 곧 돈이 된다는 ‘디자인 경제주의’가 있다. “한쪽은 도시 건축을 너무 위에서 내려다보고, 한쪽은 가까이서 보되 겉만 본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중간 건축’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중간 건축의 한 예를 들자면, 도시의 이면 길모퉁이에 면하면서, 승강기가 없어도 오르내릴 수 있는 중층밀도 건축의 집합이다.

저자는 “그러한 건축이 살아날 경우에 도시에서 다양한 삶이 포용되고, 홍대 앞이나 압구정 가로수길처럼 새로운 문화가 꿈틀댈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오늘의 우리 도시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서양 고대와 중세, 중국과 조선의 도시, 지하공간에서 온라인 가상의 공간까지 여행한다. 인류의 속도를 바꾼 결정적인 네 국면 ‘수레-자동차-승강기-온라인’을 키워드로 한 여정은 풍성한 볼거리와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