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67)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우진)의 1심 선고가 31일 오후 2시에 내려져 1년3개월 동안 지속된 법정다툼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공판은 그동안 뇌물수수 사실을 파헤치려는 검찰과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는 변호인단의 공방 속에서 여권과 야권의 정치적 대립구도가 맞물려 선고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또 23차례의 공판기일과 재판부의 현장검증 등 각종 진기록도 양산했다.

하지만 검찰 측과 한명숙 전 총리 측 모두 미리부터 결과가 서로에게 다른 방향으로 나올 경우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2심 공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전 총리 재판은 다른 사건으로 구속수감 중이었던 한만호(50) 전 한신건영 대표가 2007년 대통령 후보경선과 관련해 지난 해 4월4일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나흘 후 곧바로 한신건영과 자회사,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 날은 곽영욱(71)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았던 1심 선고의 하루 전날이었다.

그러나 검찰에서 자필 진술서로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털어놓은 한 전 대표는 공판과정에서 이 진술을 180도 뒤집었다.

한 전 대표는 법정에서 “수사 당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실제로 돈을 준 적이 없고 모두 지어낸 얘기”라면서 검찰진술을 번복했다.

이후 검찰은 한 전 대표를 위증죄로 기소, 감방을 압수수색해 접견 대화 내용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이 지난 19일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언도한 구형량은 징역 4년과 추징금 9억4000여만원이었다.

재판은 시종일관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의 팽팽한 공방으로 진행됐다. 한 전 대표의 모친뿐만 아니라 한 전 총리의 여동생 등 수많은 증인이 출석해 재판이 10시간 넘게 이어진 상황이 속출했다.

양측의 법정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의 피의자 진술보다 법정에서의 입증을 중시하는 ‘공판중심주의’의 대표 사례로 부각돼 재판부가 지난 8월29일에 경기 고양시 한 전 총리 자택 인근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김영주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