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준수(오른쪽 세번째) 한국수력원자력 경영관리본부장 등이 지난 7월 경남 함안군 소재 열교환기 납품업체 세대에너텍을 찾아가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 기술 지도를 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청년실업난 해소, 저희 한국수력원자력이 앞장서겠습니다.”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하지 못하고 청년실업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수원은 특히 사회적 약자와 취업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공정사회 실현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올해 장애인과 국가보훈대상자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하는 이른바 ‘사회형평적 채용’을 시행, 올 상반기(1 ~ 6월)에 71명을 채용한 데 이어 2012년까지 국가보훈대상자 900여명, 장애인 300여명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취직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 졸업생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었다.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 지방대 출신 비중이 70%를 차지할 때까지 추가 합격시키는 ‘지방대 채용할당제’를 지난 6월20일 도입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2009 ~ 2010년 한수원의 신규채용 인원 중 지방대 출신은 61% 수준이었다. 올해 하반기(7 ~ 12월)부터는 지방대 출신 비중을 65%로 확대하고, 내년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권유하는 지방대 졸업자 채용비율(30%)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방대 졸업자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공기업이 앞장선다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졸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을 통한 학력차별 철폐에도 한수원이 앞장서고 있다. 올 한 해에만 총 330명의 고졸 정규직 사원을 선발하고 내년부터는 매년 선발예정인원의 30% 이상을 고졸사원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전국 마이스터고 내년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고졸 정규직 신입사원 30명을 선발하기 위한 전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에 공기업 최초로 전국 마이스터고 2학년생을 대상으로 200명을 선발, 졸업시까지 인턴과정을 밟게 한 뒤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이뿐만 아니라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시 채용예정인원 250명 중 100명을 고졸자에게 할당하기로 했다.

김종신 사장은 “고졸 신입사원이 대졸 출신과 비교해 급여나 처우뿐 아니라 승진 등에서도 차별 받지 않고 실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내부 규정도 고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한수원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경영도 또 다른 한 축을 이룬다. 그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일시적이고 일방적인 관심의 차원에 머무르거나, 단순 원가절감을 위한 공급자 중심의 시혜가 아니다.

한수원의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은 어찌 보면 ‘윈-윈(win - win)’을 위한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자력 산업은 연관산업 파급 효과가 매우 커서 일자리 창출 등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 가능한 ‘성장산업’이다. 원전 건설이나 유지·보수에도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고 외자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품 제작 기술과 품질경쟁력을 갖춘 우수 중소기업 육성은 한수원의 입장에서 볼 때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동반성장을 위한 한수원의 주요 사업은 크게 ‘인력 및 자금 지원’, ‘중소기업과 한수원의 산학연 연구·개발(R&D)’, ‘국내외 판로 확대’ 등 세 분야로 나뉜다. 첫째, 인력 지원 분야의 경우 테크노 닥터 및 테크노 멘토를 중소기업에 파견해 경영을 지원하거나, 한수원 원자력교육원에서 협력 중소기업의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사업 등이 포함된다. 자금 지원은 기업은행에 한수원 자금 300억원을 예치, 협력사에 일반 신용대출 대비 최대 1.4% 싼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한수원뉴파워대출’이 대표적이다.

둘째, 중소기업과 한수원의 산학연 R&D 분야에선 신제품 개발과 외국산 기자재의 국산화를 위해 2001년 이후 모두 210억원을 투자, 70개 품목을 개발해 554억원어치 구매와 375억원의 외화를 절감했다. 국내 판로 분야의 경우 원전의 기전설비 정비공사 분리발주를 시행, 정비업체 저변 확대와 중소 민간업체의 수주 기회를 넓혀 준 점을 들 수 있다. 해외 판로 분야는 네팔의 차멜리아 수력발전 사업을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수행해 48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사례가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최근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공기업 최초로 동반성장 비전 선포식을 거행했다”며 “협력사의 역량 강화와 원전 안전성 확보 등을 추진하기 위해 R&D 분야와 해외 판로 개척 분야 등에서 협력업체와 새로운 사업을 적극 개척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