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북한의 선거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계 한국 국적자 등 친북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법무부, 외교통상부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8일 중앙선관위, 법무부, 외교통상부, 대검찰청 등 4개 기관이 회의를 열어 친북성향 재외유권자의 통제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법무부는 헌법상 혈통주의에 따라 국민의 요건을 충족한 사람의 국적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외교부는 국민으로 인정된 사람에게 일종의 신분증인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히는 등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북 재외국민의 선거권 제한을 검토하고 나선 이유는 북한이 친북단체를 통해 국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총련계 한국 국적 회복자는 5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북한 국적을 가진 조총련계 동포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족관계 등록 등을 통해 국적 회복을 신청할 경우 별다른 어려움 없이 2 ~ 3주 만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조총련 등 친북 인사의 선거권 제한에 대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됐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