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암약 중인 대남 공작원들은 기본적인 정보수집과 요인 암살을 넘어 ‘지하조직’을 결성해 국내 급진 세력 포섭과 남남(南南) 갈등 조장 등 다양한 활동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잠입 중인 대남 공작원들의 지하조직 결성 활동은 위협적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지하당 공작’이라고 불리는 이 활동은 향후 도래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대비해 사회혼란 조성과 무장·폭력 투쟁을 벌이기 위해 지하조직을 결성하는 것으로 해방 이후 ‘연락부, 사회문화부, 대외연락부, 225국’ 식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이어진 전형적인 대남공작 형태다.

대북 당국 관계자는 “민혁당(1999년), 일심회(2006년) 간첩사건과 최근 검거된 ‘왕재산’ 사건은 386세대와 학원가 운동권 출신 등으로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며 “이들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면서 노동당 규약을 원용한 강령을 채택해 조직을 확대하는 등 ‘남한혁명’ 전위대로 암약한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탈북자를 위장한 대남 공작원도 경계 대상 우선 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탈북자들이 증가하자 이들 사이에 대남 공작원을 위장시켜 남파하거나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 등을 미끼로 중국 등지에서 탈북자를 포섭, 남한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북한 보위사령부와 연계된 탈북자 대남공작원 이모씨와, 200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여간첩’ 원모씨 사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할 목적으로 침투했던 김모씨 등 3명의 사건 등이 탈북자로 위장, 침투한 대표적인 사례다.

대남 공작원들은 남한 내에 통일전선을 형성해 ‘남남 갈등’ 등의 심리전 공작을 벌이기도 한다. 북한 당국이 대남 공작원을 침투시켜 남한 내 동조세력 확대와 반미·반정부·친북 통일투쟁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작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8년 김일성 주석의 ‘해외 반한(反韓)전선 강화’ 지시로 설립된 통일전선부는 남북 교류협력 공간을 이용해 재야·노동·청년·문화예술 등 제반 분야별 종북투쟁을 선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 지난 2006년 캐나다 교포 강모씨가 북 당국에 포섭돼 국내정세와 재야운동권 동향 등을 파악해 북한에 보고한 사건이나 중국에서 통일전선부 공작원을 접촉해 종북투쟁을 전개한 ‘실천연대’ 사건 등이 통일전선 형성 활동으로 분류된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